정부, 추가대책 마련 급물살

이틀연속 폭락장에 출시 후 60% 이상 급락

홍콩식 가변 레버리지 도입 법적 근거 마련

목표배율 일별 조정에 투자액 20%내 제한

금투업계는 ‘리밸런싱 거래’ 장중으로 분산

30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87.07포인트 상승한 5950.3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30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87.07포인트 상승한 5950.3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국내 증시를 뒤흔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추가 대책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추가 대책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투자금액 20% 내로 제한하는 방안과 함께 단일종목 레버리지 배수를 조정하는 ‘가변 레버리지(Flexible Leverage)’ 구조를 제시했다. 운용업계도 종가 부근에 몰리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이 커지자, 업계와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 등이 때거 투자에 뛰어든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현재 대부분 상품이 출시 이후 60% 이상 급락한 상태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 등을 감안해 긴급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24일 운용 규모(Capacity)가 시장 여건에 따라 크게 변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가변 레버리지 구조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시장과 상품의 운용 여건에 따라 다음 거래일 목표 배율을 일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상품들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선보였던 홍콩 CSOP자산운용은 SFC 개정안을 근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투자 목적 및 상품명을 변경한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아예 고정적으로 레버리지 배수를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본지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목표 배율을 기존 2배에서 1.5배 등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방식 모두 이미 상장된 상품의 목표 배율을 변경하는 만큼 수익자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8조 제2항에 따르면 수익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변경이 가능하다.

정부가 언급한 ‘법적 근거 마련’도 이 같은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레버리지 상품의 목표 배율 조정을 수익자총회 의결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별도 근거를 마련해야 실제 도입이 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는 목표 배율 변경 등 투자전략 변경을 수익자총회 의결 대상이라고 해석해왔다”며 “이를 법 개정 사안으로 볼지, 유권해석으로 해결할지 논란이 있지만 전날 회의에서 정부가 법적 근거 마련을 언급한 것을 미루어 볼 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모의거래를 도입하는 등 추가 보완대책도 즉시 추진한다. 과도한 거래행태에 대한 비용 부담을 높이고 긴급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와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회의)를 열고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관련, 추가 대책에는 가변 레버리지 법적 근거 마련 외에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을 통한 총량 관리도 포함됐다. 투자한도와 관련해서는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선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과다호가부담금 등을 참고해 과도한 거래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과 현행 사전교육 외에 모의거래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투자업계도 대책 보완에 나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종가 부근에 몰리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기로 했다고 금융투자협회도 이날 밝혔다. 이처럼 대대적인 긴급 대책에 나서는 건 그만큼 시장 상황이 심각한 탓이다.

수익률도 사실상 청산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와 ‘1Q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 5월 상장 이후 전날까지 각각 69%, 61%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전날 아시아 트레이딩 전략 보고서에서 국내 기초자산 레버리지 ETF 잔고가 지난달 22일 525억달러를 정점으로 현재 190억달러(약 56조3007억원)까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신규 설정 유입까지 감안하며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에서 입은 누적 손실은 약 38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이림 기자


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