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민선 9기가 출범한 지 꼭 한 달이 됐다.
앞으로 4년간 구정을 책임질 단체장들의 임기가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행정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 자치구청장 가운데 초선은 13명이다. 저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구청장의 역할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1500~2000명 안팎의 공무원이 처리하는 방대한 행정업무를 두루 살펴야 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과 안전사고에도 대비해야 한다. 갈수록 높아지는 주민들의 다양한 행정 수요까지 충족해야 하니 구청장들에게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지역의 최고 책임자인 구청장에게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시간일 수 있다.
7월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심도로인 동일로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에 서 있던 수령 40년 가까운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육중한 나무는 인도를 가로질러 차량이 달리는 도로까지 덮쳤다.
굉음과 함께 나무가 쓰러지자 인근을 걷던 행인들은 크게 놀랐다. 도로를 달리던 스타렉스 차량도 불과 0.5초만 빨랐다면 가로수가 운전석을 덮칠 뻔한 긴박한 상황이었다.
가로수가 차량 바로 앞에 쓰러지면서 급정거한 운전자 역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인근 고려프라자 빌딩 강도수 관리소장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라 상가 안에 있던 많은 사람이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서준오 노원구청장(51)은 진행하던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폭우나 강풍도 없는 날, 살아 있는 40년 된 가로수가 쓰러진 현장은 서 구청장에게 말 그대로 재난 현장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에 안도한 그는 즉시 사고 원인 파악과 현장 수습에 들어갔다.
서 구청장은 현장 상황을 살핀 뒤 인근 20여 개 매장을 일일이 방문했다. 상인들에게 사고 원인과 수습 상황, 향후 대책을 설명했다. 주변 수목의 생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알리며 불안해하는 주민과 상인들을 안심시켰다.
사고 자체는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사고 발생 이후 서 구청장이 보여준 신속하고 세심한 대응은 돋보였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갖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구청장의 철학과 행정 방향에 따라 지역의 모습도 달라진다.
민선9기 서울 25명 구청장 중 막내인 서 구청장(51)은 우원식 전 국회의장의 정책보좌관과 민선 5기 김성환 노원구청장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구정이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보좌하는 위치와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을 져야 하는 구청장의 자리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가로수 전도 사고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초선 구청장에게 행정의 본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평소 행정 철학으로 강조해온 서 구청장.
이번 현장 대응을 통해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지역의 모든 문제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구청장의 역할과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되새겼을 것으로 보인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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