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과 함께 ‘고려대 카르텔’로 불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홍 전 감독 선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서 2024년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던 과정을 그간 국회 청문회 내용과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말했다.
운영규정 상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가 후보 추천을 하면, 이사회가 선임할 권한이 있다.
당시 전강위원장이었던 정해성 위원장은 2024년 6월 28일 홍 감독과 다른 외국인 감독 2명 등 총 3명을 후보로 추려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했다. 6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해 후보를 골랐지만, 막판에 국내 감독도 후보로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건의가 있어 홍 감독도 포함됐다.
이천수는 “마지막 보고를 위해 3명의 후보를 들고 올라갈 때 1·2·3순위를 누구로 할 지는 정 위원장이 전강위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점수였나 보다”라며 “그래서 정 위원장이 1순위를 홍 감독으로 해서 갖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를 보고 받은) 정몽규 회장이 ‘돌아 돌아 홍명보예요?’라고 했다는 거다. ‘그 전에 하지 몇 개월 동안 끌어놓고 돌아 돌아 홍명보냐’고 했다는 거다. 그것도 어제 청문회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천수는 “큰 언성이 오갔다는 얘기가 있다”라며 “정몽규 회장한테 한 소리 먹었을 거 아닌가. 6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 뽑는다고 시간 끌어놓고 하더니 갑자기 1순위가 홍명보면… 당시 정몽규 회장이 욕을 너무 많이 먹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 돌아 홍명보가 1순위면 나 죽으라는 건데”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 위원장은 당일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전강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대행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
이천수는 “거기서부터 문제가 된 거다. 이임생(당시 기술총괄이사)이 그 자리(전강위원장)에 가면 안 되는데 그 자리에 간다”라며 “난 여기가 초점이라고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임생에게 그 자리에 가도 된다고 얘기한 사람이 누구냐는 거야”라고 했다. 당시 이임생 이사는 전강위원도 아니어서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천수는 “(이임생 이사는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하겠다고 총대를 멜 성격이) 절대 아니다”라며 “국회 청문회에서 이임생 이사를 그 자리에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이 나오는데, 정몽규 회장, 김정배 부회장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그게 가려져 있으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임생 이사는 이후 외국인 후보 2명은 면접하고, 홍 감독과는 심야에 빵집에서 만나 설득해 감독직 수락을 얻어냈다. 사실상 감독을 내정하고 발표한 다음에 형식적으로 이사회에서 서면 결의하는 방식을 거쳤다. 이 같은 절차 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인 손수호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정몽규 회장은 당시에 1순위로 추천된 홍명보를 거절했다. 그러자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을 했다. 또 홍명보 감독도 처음에 안 하겠다고 하다가 제발 맡아 달라고 하니까 승낙을 했다“라고 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에 어떻게 갑자기 이임생 이사가 등장했냐는 것이 미스터리다. 그리고 감독 선임 절차 전면에 어떻게 나서게 된 거냐, 이게 자발적이었냐 또는 누군가 등 떠밀어서 내보낸 거냐, 얼굴마담이었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 막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 이게 미스터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걸 청문회에서 밝혔어야 되는 거다. 여기에 대해서 협회는 뭐라고 했냐.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원들로부터 권한 받았습니다’ 또는 ‘정해성 위원장으로부터 권한 받았습니다’ 이렇게 주장했는데 이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나자 ‘사실은 저 정관에 따라서 긴급 사항 처리할 수 있는 회장이 이거 사태 수습 적임자인 이임생 이사를 지명한 겁니다’ 이렇게 주장하기 시작했었죠”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인 김정배 부회장을 중요 인물로 지목했다. 손 변호사는 문체부 감사 보고서에 이임생 이사 진술이 있다며 “‘김정배 상임 부회장이 저에게 5개월 동안 감독 선임이 안 되고 위원회에서 자꾸 정보 유출되고 위원회 다시 구성하기도 시간이 촉박하니까 이임생 이사 당신이 이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라고 지시했고 저는 그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입니다’”라고 그 내용을 소개했다. 또 “‘회장님께 문자로 보고했더니 회장님이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최종 후보 3명을 선입견 없이 검토하세요. 판단을 믿습니다. 이런 답 받았기 때문에 회장님이 저에게 임무 맡겼다고 생각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한 겁니다‘“라는 진술도 소개했다.
손 변호사는 또 김정배 부회장의 진술도 소개했는데 ‘이임생이 이 일을 이어갈 최적임자라고 판단해서 이 일을 맡아달라고 했고 구체적인 미션은 3명으로 압축된 후보자를 직접 대면 면담하고 홍명보 감독도 꼭 만나보시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시고 잘 검토해서 협회에 우선순위 보고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홍명보를 꼭 만나봐라‘는 내용이다.
손 변호사는 청문회에서 이 같은 부분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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