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질환 유형을 가장 잘 반영하는 동물모델을 객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6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인간과 설치류의 뇌 조직 전사체를 비교해 난치성 뇌전증 유형별로 적합한 동물모델을 찾았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통해 배출된 신진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했다. 김준호 신경과학교실 임상강사와 이상보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상우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와 김원주 신경과학교실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난치성 뇌전증은 약물치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를 거쳐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어떤 동물모델이 실제 환자의 질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지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했다. 연구자의 경험에 따라 동물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질환 유형과 맞지 않는 모델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연구팀은 인간 뇌 조직 샘플 694개와 마우스·흰 마우스 등 설치류 모델의 뇌 조직 샘플 362개를 통합해 대규모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전사체는 세포 안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전체의 집합으로, 질환의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이어 종과 뇌전증 유도 방법, 유도 약물 투여 경로, 편측성, 나이, 질환 단계 등 6개 항목을 기준으로 동물모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시아랩(SIALAP)’ 체계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는 특정 동물모델 하나가 모든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질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모델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물모델을 환자 유형과 연결해 선택함으로써 전임상 연구 결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뇌전증 유도 물질인 카이네이트를 주입한 마우스 모델은 해마 신경세포가 손상된 ‘해마경화증 동반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재현했다.
반면 해마에 전기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해 뇌전증을 유도한 흰 마우스 모델은 해마경화증이 없는 뇌전증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동물모델이 각각 다른 유형의 뇌전증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의과대학이 운영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이 기반이 됐다. 해당 사업은 의대 졸업 후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들이 의과학 연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임상강사와 이 연구원도 의사과학자로서 신약 개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게재됐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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