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신뢰부터 회복…교육의 중심은 사람”
학교폭력·교권 갈등 해법은 ‘인성교육’
학생별 진단·맞춤 지원으로 공교육 신뢰 향상
“서대문도서관, 지역 교육·문화 거점으로 키울 것”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김호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대문2)은 서울 교육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공교육 신뢰 회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정서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제공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생인권을 둘러싼 갈등을 풀어갈 해법으로는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서로의 권리와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흔들린 공교육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라는 판단이다.
“AI 시대, 기기 보급 넘어 ‘교육 효과’ 따져야”
김 위원장은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위원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 아이들의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저 역시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서울 교육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10대 서울시의원 경험을 비롯해 그동안 주민과 학부모를 가까이에서 만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학교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학교 현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변화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이를 통해 수업의 질과 학습 효과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울 학교에는 디지털 학습기기 ‘디벗’을 중심으로 학생 1인 1기기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제는 보급 규모를 늘리는 단계에서 나아가 디지털 기기가 실제 수업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학습 능력과 교사의 수업 방식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당초 교과서로 도입될 예정이었다가 법 개정을 거쳐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뀐 사례도 들었다. 기술 발전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충분한 준비와 현장의 공감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교사와 학생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AI 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학생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제한과 같은 새로운 제도 역시 학교마다 적용 방식이 달라지지 않도록 교육청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일관되게 구현되고 학교별 운영 편차를 최소화하도록 의회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을 제대로 알아야 공교육 신뢰 되찾는다”
김 위원장은 사교육 의존을 낮추기 위한 출발점으로 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가 공교육 자체를 외면해서 학원을 선택한다기보다 학교가 자녀의 학습 수준과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에 단순히 ‘맞춤형 학습’을 구호로 내세우기보다 기초학력 진단, 교사 추천, 학생·학부모 상담 등을 종합해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세밀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에 따라 학습 보완부터 상담까지 적절한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후속 관리도 중요하다고 봤다.
학생 한 명을 돌보는 책임이 담임교사에게만 집중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과 교사와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학업뿐 아니라 정서와 건강 상태까지 함께 살피는 협업 체계를 갖춰야 복합적인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교육격차 역시 일률적인 처방보다는 각 지역의 여건과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취약한 곳에는 시설과 학습 인프라를 보완하면서 특정 지역이나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성교육이 학교폭력·교권 갈등 해법의 출발점”
김 위원장은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학생인권 갈등을 관통하는 공통 과제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 복잡해진 학교 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학교폭력은 사건 발생 이후의 조치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인성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이 어른과 교사를 대하는 자세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까지 서로 존중하는 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학생 마음건강도 시급히 챙겨야 할 현안이라고 언급했다.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시점에 전문기관과 연계하고 대면 상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 비대면 방식이나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교별 전문상담인력을 확대하고 교내 상담공간인 위클래스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역시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다.
반복적이거나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축시키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갈등을 법과 규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학생·교사·학부모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학교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공유·확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역시 특정 진영의 관점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롱하는 행위에는 분명한 교육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학생의 행동을 곧바로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하기보다 올바른 역사 의식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함께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서대문도서관, 주민 머무는 교육·문화 거점으로
지역구인 서대문구에서는 노후화된 교육·문화 인프라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대문구는 대학과 학교가 밀집한 전통적인 교육도시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신촌 대학가 침체와 오래된 공공시설 개선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학생들의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수업을 마친 뒤 대학 주변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신촌 상권의 활력이 떨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진단했다. 일회성 행사나 단순한 재정 투입보다 대학과 주민, 상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지역 현안으로는 서대문도서관 개선을 제시했다. 건립된 지 40년 가까이 지나 시설 노후화가 진행됐지만 이용 수요가 꾸준하고, 안산과 학교가 인접해 있어 단순한 도서 열람 공간을 넘어 지역의 교육·문화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별도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기존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시설과 접근성을 개선하고 주민과 학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확충해 서대문도서관을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문화 명소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임기 동안 AI·디지털 전환과 기초학력 보장, 마음건강, 학교폭력 예방, 교권 보호 등 산적한 현안에 대응하는 동시에 공교육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데 의정활동의 무게를 둘 계획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제도 속에서도 교육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 이를 통해 시민이 다시 공교육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서울 교육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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