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신동국-임종훈 5% 지분 매각 중개 자인…자금 조달은 부인

차남 임종훈, 신 회장 제안 거절 후 모녀 측 연대 선언하며 딜 무산

과거 장비 납품 거절당한 제보자, 구매비리 2차 폭로…사적 논란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한미그룹 제공]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한미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일가의 자산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공익 제보자를 자처했던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의 행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씨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 중개에 나섰던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서, ‘순수한 제보’라는 당초 주장과 배치되는 모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한 매체에 “임종훈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신 회장에게 매각할 것을 권유했다”며 “두 차례 중개했으나 거래가 결국 깨졌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6월 말까지 신 회장과 창업주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간의 지분 매각 거래를 두 차례 중개한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당시 신 회장은 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348만3808주(지분율 5.09%) 전량을 수천억 원대 규모로 인수하려 했으나, 임 대표가 가족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며 제안을 거절해 해당 딜은 최종 무산됐다.

앞서 김 씨가 지난 6월 한 증권사를 통해 신 회장이 임 사장에게 지급할 3000억원대 자금 유동화를 직접 추진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통상 이러한 거래가 성사되면 딜 중재자는 총 거래 대금의 특정 비율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다. 다만 김 씨는 지분 거래 중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금 유동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런 적 없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주목할 점은 김 씨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김 씨는 그동안 “신 회장의 사람이 아니며, 의혹 제기는 신 회장과 무관하다”며 대주주 배후설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 회장의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해 5%대 대형 지분 거래를 실질적으로 중개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제3자의 중립적 위치가 아닌 특정 대주주의 영향력 확대를 돕던 핵심 당사자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더욱이 김 씨가 제보에 나선 시점과 배경을 둘러싼 사적 이해관계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씨는 자신이 설립했던 바이오 벤처 큐어세라퓨틱스를 통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한미약품에 투자 유치 및 R&D 연구 장비 매입을 요청했으나, 한미약품 연구소로부터 “기술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최종 거절당한 전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씨는 18일 한미약품 전 구매담당 임직원들의 배임수재 혐의와 관련한 10억원대 ‘구매비리’ 의혹도 추가로 폭로했다. 하지만 과거 자신이 한미약품 구매 라인에 장비 납품을 청탁했다가 거절당했던 당사자라는 점, 그리고 회사가 이미 내부 감사를 거쳐 지난 7월 해당 직원들을 송파경찰서에 직접 형사고소해 사법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폭로의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김 씨가 자금 조달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해 임 대표 지분 매입을 추진했지만 최종 무산되면서 김 씨 입장에선 매우 난감했을 것”이라며 “김 씨가 이러한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송 회장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가 외부에 공개한 최고경영진 법인카드 내역, 회사 자산 목록 등 핵심 기밀의 내부 유출 경로에 대해서도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송 회장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보했는데, 사실상 C레벨 단위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고수위 자료라는 점에서 내부 조력자 여부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한미그룹 측은 해당 문건의 유출 경위에 대해 자체 확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1996년 한미약품 무역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약 3년 6개월간 근무했다. 입사 초기에 임종호 전 한미약품 부사장과 근무했고, 이후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약 1년간 근무한 뒤 1999년 회사를 떠났다. 임 전 부사장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조카(형의 아들)이자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의 사촌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그룹은 “30년 전 3년가량 근무했던 전직 직원이 갑자기 나타나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논하는 상황에 내부 구성원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며 “이미 회사는 개선해야 할 관행들에 대해 자체적인 정비 작업을 진행해 왔고, 하반기 비만약 출시와 글로벌 사업 등 미래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