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21일 전면파업 예고
부품·하청업체 동참 공급망 압박
포스코 노조도 파업권 확보 성공
SK하이닉스, 잠정합의안 투표도
하청의 교섭권 강화를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영업익 N%’ 성과급 논란의 확산으로 올해 재계는 어느 때보다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파업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0년 만에 전면 파업을 예고하며 완성차 생산을 멈춰 세웠다. 직영노조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품사, 하청 업체 노조까지 파업에 동참하며 공급망 전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함에 따라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하투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현대차 생산 차질 누적 136시간 예상…해고자 복직·정년연장 대립 계속=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1일 8시간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상경 투쟁을 진행한다. 현대차 노사는 전날 40여 일 만에 임금 협상을 재개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노조가 계획한 부분파업까지 합산할 경우 누적된 생산 차질은 136시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과 20, 24, 25일에는 각각 4시간 부분 파업이 예정돼있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도 라인정지가 60시간을 돌파하며 4만2000여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2분기 기준 현대차가 판매한 차량의 글로벌 평균 판매 단가(3785만원)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1조6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달에도 파업이 이어짐에 따라 손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상여금 인상, 과거 노조 활동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해고된 조합원 복직, 정년 연장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해당 사안은 단체협약 사안으로, 올해 임금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재개된 교섭에선 회사 측이 해고자 문제는 연말에 복직 여부를 논의하고, 정년 연장은 법 개정 즉시 보충 협약을 통해 시행 시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보여주기식일 뿐이다”며 거부했다.
이와 함께 하청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하며 현대차의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자동차 부품사, 하청업체 노조가 오는 20일 공동으로 4시간 이상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를 통해 정년연장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부품 납품 단가 인하 폐지, 원청교섭 실현까지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아 先타결 변수…“조합원 임금 손실 불만 커질 것”=반면, 기아 노사가 교섭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현대차가 교섭을 먼저 마무리한 뒤 기아가 뒤이어 합의해왔다면, 올해는 기아가 더 높은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합의를 앞당기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해고자 복직, 정년연장, 상여금 인상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사측 역시 진전된 임금 인상안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기아가 먼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날 열린 교섭에서 기아는 노조 측에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금·격려금 350% 및 1150만원, 자사주 45주 등의 내용을 담은 2차 제시안을 전달했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격려금 350% 및 1000만원, 자사주 15주와 비교하면 진전된 안이다. 기아가 먼저 교섭을 마칠 경우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겪고 있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파업으로 근무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선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사실상 임금 삭감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파업권을 확보한 가운데 투쟁 수위를 높이지 않고 특근만 거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현대차가 교섭을 마친 뒤 기아가 이를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최근 판매량과 실적 등에서 양사 격차가 좁혀짐에 따라 기아 노조도 먼저 협상을 마무리 지을 명분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 노조가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 지을 경우,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떠안고 있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중노위 ‘조정 중지’…1968년 창립 후 첫 파업 우려=한편, 포스코 노조도 전날 쟁의권을 확보하며 창사 첫 파업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이 중지됐다. 포스코 노조는 앞서 7월 8∼9일 조합원 투표에서 조합원 92.2%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바 있어, 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해진 상태다.
다만, 포스코 노사는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4년에도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양측이 협의를 이어간 끝에 임단협을 타결한 바 있다. 만약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포스코는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직원의 사기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수차례 추가 논의를 진행하고 진전된 안을 제시하였으나, 추가적인 합의점 모색보다는 쟁의권 확보를 먼저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녹록지 않은 경영여건의 현실에 대해 노동조합을 비롯한 직원들과 지속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노사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안건 등에 대한 대표자 교섭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조만간 잠정합의안 투표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앞서 사측이 기존 전액 현금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노조가 ‘투쟁’까지 언급하는 등 갈등이 고조됐지만, 지난 연휴 기간 마라톤 교섭을 거치며 양측이 상당 부분 의견차를 좁힌 것으로 보인다. 권제인·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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