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E·EVA 사업자 4곳서 3곳으로 감소

3개사 판매점유율 LDPE 82%·EVA 95%

저가 제품 생산중단 우려…중기 피해 예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산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과 관련된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향후 5년간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과 공급 유지, 경쟁민감정보 교환 금지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8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서산=임세준 기자]
8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서산=임세준 기자]

공정위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관련 기업결합을 심사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 대가로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롯데대산석화는 지난 6월 2일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다.

결합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며 공동 지배하게 된다. 대산산업단지에 있는 양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도 통합 운영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한 이후 20개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입 현황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당사회사들은 합병 계약 체결 후 올해 6월 15일 정식으로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심사 결과 12개 상품시장 가운데 LDPE와 EVA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다. 이 시장에서 경쟁사업자 수는 한화·LG·롯데·HD현대 4개사에서 한화·LG·HD현대 3개사로 줄어든다. 결합 후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3사가 약 50:25:25 비율로 시장을 나눠 갖게 되고 판매량 기준 3사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로 75%를 넘어선다.

공정위는 LDPE·EVA가 범용제품으로 상품 동질성이 높고 경쟁사 정보 파악이 쉬운 시장 특성상 사업자 간 가격 등에 관한 협조가 이뤄질 우려가 크다고 봤다.

실제로 공급과잉이 문제됐던 1990년대 국내 LDPE 시장에서는 담합이 10여년간 지속된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2007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 7개사의 LDPE 판매가격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541억7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여기에 현재 심사 중인 ‘여수 1호’ 사업재편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복수 합작법인 간 지분연계가 발생해 협조 유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신규 진입자였던 HD현대케미칼과 기존 사업자 롯데케미칼 간 결합이라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HD현대케미칼은 2021년 말부터 에틸렌, 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을 본격 생산·판매하며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온 사업자다.

공정위는 결합 후 저수익·저가 그레이드 생산이 중단되면 제품 다양성이 줄고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LDPE·EVA 구매자 대다수가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데다 공급자가 3개사로 줄어드는 만큼 대체거래선을 찾기 어렵고 경쟁사들의 설비 가동률도 이미 95~100%에 달해 대체 공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도 고려됐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5년간 유효한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가격 조치로는 LDPE·EVA 수출가격이 직전 3개월 대비 오르거나 유지되면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수출가격이 내리면 국내가격 인하율을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공급 조치로는 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모든 그레이드에 대해 국내 수요자의 요청 물량을 공정·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정보교환 금지 조치에 따라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상호 간과 정보차단 대상자와의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민감정보 제공·공유가 금지된다.

임직원 겸임 금지 조치로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상호 간, 또는 상대방 계열회사 중 LDPE·EVA 사업을 하는 계열회사와의 임직원 겸임도 할 수 없다.

인사 제한 조치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전적했던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복귀할 경우 복귀일로부터 1년간 LDPE·EVA 관련 부서 배치와 관련 계열회사 파견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담당 임직원에 대한 시정조치 교육과 경쟁민감정보 비유출 서약서 징구도 의무화했다.

시정조치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5년간 유효하며 시장상황 변동 등을 감안해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시정조치는 당사회사가 제출한 시정방안을 토대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한편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은 이번 기업결합 심사와는 별개로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공정위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석유화학 사업재편 제1호 기업결합을 신속하게 심사해 산업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큰 국내 LDPE·EVA 시장에는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를 부과함으로써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의 경쟁을 보호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