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텍과 3.5조원 기술이전 계약

단일후보 물질 韓제약 최대규모

‘HM17321’ 근손실 잡는 신기전

‘감량 질·편의성’ 제고·시장 선도

한미약품은 글로벌 빅파마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최대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글로벌 빅파마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최대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글로벌 빅파마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은 135조원 규모로 팽창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바이오업계를 뒤흔들었던 한미약품의 역대 최대 기술수출 기록을 자체 경신한 쾌거이자,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 타계 이후 창출한 최대 R&D 성과다. 기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치료제의 치명적 한계로 꼽히던 ‘근손실’을 극복한 혁신 기전으로, 차세대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로슈 그룹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 ‘HM17321(UCN2 유사체)’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HM17321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한미약품은 확정 선급금 1억9000만달러(약 2850억원)를 우선 수령했다.

HM17321은 체내에서 에너지 대사와 식욕, 심혈관계 기능 등을 조절하는 유로코르틴-2(UCN2) 수용체에 작용하는 유사체다.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중을 줄이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단일작용제)’나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이중작용제)’ 등 기존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와 달리, 신체 자체의 대사 활성을 높여 지방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고 근육량을 보존하거나 늘리는 독특한 차세대 작용 기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빠진 체중의 상당 부분이 근육 등 제지방량 감소로 이어져 기초대사량 저하와 약물 중단 후 요요 현상을 초래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메스꺼움,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과 잦은 주사 투약에 따른 불편함도 환자들의 장기적인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HM17321은 비임상 연구에서 단독 투여만으로도 유의미한 체중 감소와 함께 근육량을 유지하는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 나아가 기존 GLP-1 제제와 병용 투여할 경우 감량 효과를 한층 높이면서 체성분을 최적화하는 시너지를 나타냈다. 펩타이드 기반 물질인 만큼 향후 인크레틴 계열 제제와의 고정용량복합제(FDC) 개발 등 치료 전략으로서의 확장성도 무궁무진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오는 2034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978억달러(약 13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도 단순한 감량률 수치 경쟁을 넘어 글루카곤이나 가스트린 등을 더한 다중작용제, 아밀린 유사체, 경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환자 복약 편의성과 감량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로슈와 제넨텍이 임상 1상 단계인 HM17321에 28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확정 선급금을 베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아밀린 유사체나 근육 보존을 위한 액티빈 수용체 기반 물질을 활용해 차세대 기전 선점에 나선 가운데, 로슈는 HM17321을 확보하며 가장 차별화된 비인크레틴 신약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손에 넣게 됐다.

이처럼 HM17321의 등장은 비만치료제 시장이 단순한 식욕 억제를 넘어 근육과 체성분을 함께 관리하는 새롭고 정밀한 대사 치료 패러다임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에서, K-바이오의 독자적인 R&D 기술력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기업들이 기존 GLP-1 계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규 타깃 발굴과 차별화된 제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