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계엄 여론 수집 지시” vs 홍장원 “평소 업무 이야기”
특검팀 “특전사 지원 지시” vs 조성현 “상황 알아보라고 한 것”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유무, ‘국헌문란 목적 인식’에 갈릴 듯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부 고발자로 평가받아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국정원) 1차장과 이른바 ‘서강대교 회군’으로 알려진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1경비단장(대령)이 2차 종합특검(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으로부터 재판에 넘겨지면서 피고인 신분이 됐다. 두 사람 모두 특검팀이 적용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기소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8-2부(부장 정수영·최영각·장정진)는 다음 달 30일 오전 11시 내란중요임무종사와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전 차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어서 홍 전 차장이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폭로해 ‘내부 고발자’로 평가받은 홍 전 차장은 지난해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 수사 당시에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내란에 가담했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황원진 전 2차장,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이 홍 전 차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 전 원장으로부터 계엄 수행 지시를 수명하고, 산하 부서장 회의를 통해 산하 부서에 계엄 수행을 차례로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산하 부서에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경찰청과의 콘택트포인트(연락망) 구축과 경찰청 상황실 직원 파견, 계엄 관련 특이 여론 수집 등을 지시했다고 봤다.
우선 윤 전 대통령과 조 전 원장의 지시를 수명했다는 공소사실 부분부터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 등 지시를 수명했다고 판단했으나, 홍 전 차장 측은 함께 기소된 황 전 차장과 김 전 실장 등 공소사실을 보면 오히려 지시 ‘별도 라인’이 있었기에 모순된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홍 전 차장 측은 국헌문란 목적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 공소장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이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전화를 통해 ‘싹 다 잡아들여’, ‘우선 방첩사를 도와’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같은 날 오후 11시6분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를 통해 그가 불러주는 ‘체포 대상자 명단’을 받아적었다.
홍 전 차장 측은 그날 오후 11시47분께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계엄사령부 파견 명단 작성 등을 지시했으며, 이는 홍 전 차장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윤 전 대통령이 검찰 후배 관계에 있는 김 전 실장이라는 ‘별도 라인’으로 계엄사무 이행을 시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로 했다면 굳이 조 전 원장에게 독대 보고하면서 “지침을 달라”라고 별도로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홍 전 차장 측은 강조한다. 홍 전 차장 스스로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조 전 원장에게 지침을 요구했고, 오히려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계엄 이행과 관련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산하 부서에 계엄 수행을 지시했다는 특검 판단에 대해서도 홍 전 차장 측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특검팀은 홍 전 차장이 ‘산하 부서장 회의’에서 인지전 대응 담당 부서장과 공개정보 담당 부서장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계엄 관련 특이 여론을 수집하라’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공소장에 담았다.
하지만 홍 전 차장 측은 인지전 부서가 SNS 등을 모니터링해 유해정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기본임무로 하는 조직으로서, 조직 업무가 단순 모니터링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개입 등의 행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평소 공개정보 부서와 인지전 부서가 적절히 업무 분담과 협업을 하라고 강조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행위를 상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방첩사 등 연락망 구축 지시 자체도 부인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었고, 방첩사 요원이 국정원 방첩정보공유센터(센터)에 이미 파견돼있는 점 등을 근거로 지시할 이유도, 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센터에 있는 기관과 연락관계를 잘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원장 보고사항에 넣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경찰청 상황실 직원 파견은 국정원 대테러 담당 부서 상황실에 경찰 파견관이 1년 이상 공석 상태로 있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한 것인데 이런 내용이 각 부서 실무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경찰청 상황실에 직원을 파견하라”라고 지시한 것처럼 와전됐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입장이다.
계엄 당시 예하 부대에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서강대교 회군’으로 주목받았던 조 대령 역시 향후 재판에서 특검팀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8-1부(부장 장성진·정수영·최영각)는 오는 10월 2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조 대령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내란특검은 조 대령에 대해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입건 결정을 한 바 있다.
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2024년 12월 4일 오전 0시43분께 ‘국회 출입 인원을 통제해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등 지시를 받고 국회 의사와는 무관하게 1경비단 예하부대 군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침투시켜 국회를 무력화시켜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본다.
조 대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에 미필적 인식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위법한 지시임을 인지한 시점도 이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한 뒤로, 이후 모든 행위가 실질적으로 내란 실행에 기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지·지연·태업으로 부대원을 위험지역에서 ‘보호’하고 사태를 조기에 종결한 ‘내란 저지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 전 사령관이 12월 3일 오후 10시45분께 “국회에 상황이 있어서 국회로 가야 한다”라고 지시했으나 국헌문란 목적이 표시되지 않았고 조 전 대령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수방사 1경비단 임무 범위인 국가중요시설 방호 지원 등에 부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 대령에게 특수전사령부(특전사)를 지원하라고 예하부대에 지시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조 대령은 “현장에 있는 너희들(예하부대)이 무슨 상황인지 좀 알아보라는 것이었다”라며 반드시 협업하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 아닌 상황 파악을 위해 ‘소통’을 한 후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협업하라는 뜻으로 내란 공모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한다.
무엇보다 이 전 사령관의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이후 위법성을 인식한 뒤인 12월 4일 오전 1시20분께 예하부대를 서강대교 북단에 정지시켜 국회로 진입하지 않도록 통제했고, 착오에 의한 이동이 발생하자 ‘즉각’ 회차시켰다며 ‘서강대교 회군’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6개월의 수사를 마친 후 24일 진행한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특검 측은 “그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은 과장됐다”며 “오히려 국회에 들어가서 인원을 끌어내야 한다는 명확한 명령을 하달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원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고동희 전 정보사령부 계획처장이 각각 무죄를 받은 점이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본부장은 계엄 당시 방첩사에 보낼 조사본부 수사관을 편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고 전 처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와 직원 체포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7-2부(부장 오창섭·류창성·장성훈)는 지난 27일 “국헌문란 목적 고의가 있었는지, 위법성 인식이 있었는지, 내란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살펴봤다”라며 “국회를 무력화하거나 기본질서 침해 목적·인식을 공유하며 방첩사 요청에 협조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박 전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처장에 대해선 “계엄 발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출동 현장에서 선포 직후 수행 지시를 받아 계엄 적법성에 관해 판단할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 임무로 인해 선관위 기능을 정지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헌문란 목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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