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LS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리는 동시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대폭 낮췄다.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양산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그동안 SK하이닉스에 쏠렸던 HBM 시장의 프리미엄과 공급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LS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12.5%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반면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33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90만원 낮췄다. 하향 폭은 약 27.3%다.
삼성 HBM4 비중 35%로 확대…목표가 45만원 상향
LS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높인 핵심 이유는 HBM4 경쟁력 회복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HBM 고객사 인증과 양산 안정성 측면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HBM4에서는 생산 안정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LS증권은 산업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HBM 출하량 가운데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분기 약 5%에서 2분기 약 35%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전 세대인 HBM3E 초기 양산 때와 비교하면 HBM4에서는 시행착오가 줄고 양산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HBM4 출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혼합 수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신제품 비중 확대와 수율 안정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HBM 매출 증가가 삼성전자 전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HBM4 비중 확대 과정에서 혼합 수율이 추가로 개선될 경우, HBM 매출 증가가 삼성전자 전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 역시 기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며 출하량과 수익성 추정치를 동시에 상향 조정했다.
다만 메모리 업황 전체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빅테크의 서버 투자비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 부족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겠지만, 가격 상승으로 빅테크 서버 예산 내 메모리 비중이 이미 높아진 만큼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여력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도 HBM4 경쟁력 회복 이후 무제한적인 멀티플 확장보다는 2028년 전망 지배주주지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 PBR 1.0~1.3배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 목표가 27% 하향…HBM 수익성 전망 조정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내년 HBM 수익성 전망을 현실화했다. LS증권은 당초 SK하이닉스의 HBM 영업이익률이 내년 약 8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봤지만, 최근 산업 상황을 반영해 올해와 비슷한 약 60% 수준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목표주가 하향의 핵심은 HBM 수요 둔화가 아니라 초과 수익성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다. HBM 시장의 성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삼성전자의 HBM4 공급이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가 누렸던 독점적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LS증권은 HBM 영업이익률이 80% 수준까지 올라갈 경우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빅테크의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엔비디아가 약 75% 수준의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하려면 AI 칩 가격을 추가로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이미 메모리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빅테크의 서버 예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LS증권은 HBM 영업이익률 약 60%를 고객사와 메모리 제조사, AI 투자 생태계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골디락스’ 수준으로 평가했다. 수익성이 지나치게 높아지기보다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형성되는 것이 오히려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생산 수율이 추가로 개선돼 원가가 낮아질 경우 SK하이닉스의 HBM 이익률이 다시 높아질 여지는 남아 있다고 봤다. 이번 목표가 하향이 HBM 성장세가 끝났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독점 프리미엄 축소…관건은 기술 우위와 점유율
삼성전자의 HBM4 공급 확대는 주요 고객사의 공급선 다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고객사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에 공급을 의존하기보다 여러 업체로부터 HBM을 확보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이 경우 그동안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프리미엄은 일부 낮아질 수 있다.
LS증권은 이를 HBM 시장 둔화가 아니라 공급자 간 경쟁 구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HBM 시장의 전체 수요는 계속 늘어나더라도, 수혜가 특정 업체에 집중되던 구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가 경쟁하는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주가를 좌우할 변수는 HBM 시장 자체의 성장 규모보다 차세대 HBM에서의 기술 우위와 주요 고객사 내 점유율 유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HBM4 양산성과 수율을 빠르게 개선할수록 SK하이닉스에는 가격과 수익성 측면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제품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주요 고객사 내 높은 점유율을 지켜낸다면, 목표가 하향 이후에도 재평가 여지는 남아 있다. HBM 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핵심은 성장 여부가 아니라 그 성장의 과실을 어느 업체가 얼마나 가져가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LS증권의 목표가 조정은 AI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인 다자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HBM4 양산 안정성과 수율, 고객사 인증, 공급선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도 기존의 ‘후발주자 할인’과 ‘독점 프리미엄’에서 벗어나 새롭게 재평가되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rainb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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