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특공제 개편·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 급감

소형 대기 수요 있어도 유효 매물은 적어

상가 지분 현금청산 갈등 등 내부 변수도 관건

지난 8월 31일 찾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주택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성수2지구) 구역 내 주택가 모습. 윤승현 기자
지난 8월 31일 찾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주택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성수2지구) 구역 내 주택가 모습. 윤승현 기자

세제 개편안 나온 뒤로 거래가 완전히 멈췄어요. 지금은 낮춰서 내놓아도 안 팔리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호가를 더 부르겠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승현·윤성현 기자] 서울 한강변 핵심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성수2지구)에서 매매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본격화하는 등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높은 매매가격과 자금 조달 부담, 세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매수자들이 계약을 주저하고 있다. 수억원씩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과거처럼 곧바로 소화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최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수2지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최근 한두 달간 매매 거래가 거의 끊겼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구 전체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한때 매수 문의가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성수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성수4지구가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때부터 2지구 매수 문의도 이전보다 30%가량 늘었지만 현금 조달이 쉽지 않다 보니 최근 한두 달 동안 성사된 거래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대 자체가 워낙 높다 보니 매수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라면 곧바로 거래됐을 수준의 급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주 대지지분 약 41평 규모 다가구주택이 41억원에 급매로 나왔다”며 “통상 15억원 안팎으로 평가되던 프리미엄(P)이 10억원대 초반까지 낮아져 기존 시세보다 3억~4억원가량 싼 수준이지만 아직 거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대표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급매가 나오면 주말 사이 계약금이 들어왔을 물건”이라며 “최근에는 매수자들이 단순히 가격이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역 내 주택은 대지지분이 큰 단독주택 비중이 높아 거래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돼 있어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든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지면적 210㎡ 단독주택은 지난 6월 7일 70억원에 거래됐고, 대지면적 99㎡ 단독주택도 지난 5월 26일 27억원에 손바뀜됐다.

성수동 공인중개사무소 내 설치된 성수전략정비구역 지도. 윤승현 기자
성수동 공인중개사무소 내 설치된 성수전략정비구역 지도. 윤승현 기자

그나마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대지지분이 작은 근린생활시설이나 상가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주택은 최근 실거래가 거의 없다”며 “두 달 전 대지지분 5~7평 규모 근생 매물이 3.3㎡(평)당 약 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20억원대 소형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는 대기 고객이 부동산마다 수십 명씩 있을 정도로 수요는 있다”면서도 “정작 그 가격대 매물은 거의 없고, 나오더라도 노후도가 심해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기대가 반영된 프리미엄이 워낙 높아 매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감정평가액이 8억~9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물건도 매매가는 30억원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집주인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이 진전될수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세제와 보유 부담을 우려해 매각을 고민하는 소유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수2지구 조합 대의원인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영향으로 고령 집주인을 중심으로 매도를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실매수자가 없어 실제 거래는 정체돼 있다”며 “통상 재개발 지역은 관리처분인가 전까지는 가격 상승 기대가 크지만 성수2지구는 당분간 거래가가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 내부에도 변수가 남아 있다. 특히 구역 내 뚝도시장 일대에는 대지지분이 작은 상가 소유자가 적지 않다. 조합은 시공사 입찰지침을 마련하면서 당초 검토했던 전용 16㎡ 초소형 아파트를 제외하고 최소 분양면적을 전용 29㎡로 정했다. 이에 일부 소지분 상가 소유자들은 향후 아파트 분양자격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주택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사무실 입구 모습. 윤승현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주택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사무실 입구 모습. 윤승현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수동 한강변 일대 약 53만㎡를 1~4지구로 나눠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09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2011년 정비계획이 수립됐지만 기반시설 분담과 지구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장기간 지연됐다. 이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이 다시 마련됐고 2024년 변경안이 통과되면서 최고 높이 250m 이하, 총 9428가구 규모의 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지구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1지구는 지난 4월 GS건설을, 4지구는 지난 7월 롯데건설을 각각 시공사로 선정했다. 3지구는 삼성물산이 두 차례 단독 응찰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단계에 들어갔다.

2지구도 지난달 31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DL이앤씨만 단독 응찰하면서 첫 입찰이 유찰됐다.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와 IPARK현대산업개발이 참석했지만 IPARK현대산업개발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합은 재입찰을 거쳐 연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성수2지구는 성수동2가1동 506번지 일대 약 13만1980㎡에 최고 65층, 238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약 2조137억원이다.

거래 침체와 별개로 사업 완료 이후의 가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서울숲과 한강, 성수동 상권에 인접한 데다 옛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주거뿐 아니라 상업시설의 사업성도 높게 평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뚝도시장 이주와 철거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라며 “과거에는 성수1·4지구보다 2·3지구 선호도가 낮았지만 연무장길 상권이 커지고 성수 일대가 변화하면서 평가가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에서는 상가가 부담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기존 상권이 탄탄해 향후 상가 분양도 잘될 것이란 기대가 공존하는 특이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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