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 산으로 확장 중…업체별 선점 경쟁
뉴발란스·킨 등 전용 라인 확대…해외 대회도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포장도로를 달리던 러너들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트레일 러닝’이 새로운 스포츠가 주목받으면서다. 과거 프로 선수와 일부 마니아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예능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 러너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자체 대회를 개최하거나 전용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레일 러닝은 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을 달리는 스포츠다. 산악 지형을 비롯해 비포장도로와 계곡 등이 코스에 포함된다. 거리만큼 얼마나 많은 고도를 오르는지가 대회 난이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서울 남산, 제주도, 강원도 등이 트레일 러닝 대회 개최지로 선정되고 있다.
트레일 러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회와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5월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2026 TNF 100 코리아’를 개최했다. 9월에는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빵트레일런2026’을 연다. 지난해 5월 아웃도어 브랜드 Rab이 주최한 ’러닝 크루 1기 남산 트레일런‘ 행사에는 약 4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 10명이 남산 일대 3.5㎞ 오르막 코스를 달리기도 했다.
트레일 러닝이 대중 스포츠로 영역을 넓히면서 패션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기존 러닝·아웃도어 브랜드의 강점을 살려 트레일 러닝 전용 라인업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뉴발란스는 지난해 ‘이에로’와 ‘SC 트레일’ 두 축으로 운영하던 트레일 러닝화 라인업에 올해 신규 프랜차이즈 ‘레벨 트레일’을 더했다.
뉴발란스의 ‘레벨 트레일’은 민첩함과 안정성을 갖춘 로우 스택 트레일 러닝화다. 퓨어셀 미드솔을 적용해 추진력을 높였다. 거셋 텅(Gusseted Tongue) 구조로 러닝 중 발등과 중족부를 안정적으로 고정한다. 비브람 아웃솔을 적용해 다양한 지면에도 대응할 수 있다.
제품군이 확장되며 러닝화 카테고리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전체 러닝화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109% 성장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트레일 러닝에 대한 관심도가 늘면서 산에서 신기 좋은 러닝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지형에서 대응할 수 있는 기능성뿐만 아니라 심미성을 갖춘 트레일 러닝화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LF가 운영하는 킨은 지난해 8월 트레일러닝화 ‘시크’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트레일러닝 시장에 진출했다. 시크는 약 2년에 걸친 연구와 러너들의 실제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2026 S/S(봄·여름) 시즌에는 ‘롬’, 26F/W(가을·겨울) 시즌에는 ‘원더’를 선보이며 트레일러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원더는 컬러와 스타일 수를 다양화하고 입고 물량도 전년 대비 늘렸다. 출시 1주일 만에 초도 물량의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에는 제주도 칠성로에 국내 최초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제주도의 특성을 고려해 하이킹과 트레킹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고객을 겨냥한 매장이다.
티톤브로스도 지난해 5월 트레일 러닝 퍼포먼스 라인 ‘스트라이더 컬렉션’을 선보이며 러닝 시장에 진출했다. ‘2025 스트라이더 컬렉션’은 출시 한 달 만에 브랜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2030대 고객의 구매 비중도 전체의 약 48%에 달했다. 올해 SS 시즌에는 폴라텍 알파, 폴라텍 파워드라이 메쉬 등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추가하고, 경량 바람막이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러너들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부터 ‘mtl 한남점’, ‘mtl 효창점’과 함께 러닝 세션을 진행했으며, 두 번째 세션은 모집 단계에서 약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션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이후 4월 매출은 전년 대비 70%, 5월은 30% 증가했다.
나이키 ACG는 3년의 연구 기간 끝에 장거리·고산 트레일 러닝화 ‘ACG 피클주스’를 출시했다. 노스페이스도 최근 트레일러닝화부터 기능성 의류, 러닝 베스트까지 아우르는 트레일러닝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다이나핏은 27SS 시즌 정식 출시를 앞둔 카본 플레이트 트레일 러닝화 ‘울트라 DNA 2’를 국내에 프리런칭했다. 블랙야크는 울트라 트레일 러닝화 ‘스카이 웹 VTR’을 출시했다. 블랙야크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국내 정상급 트레일 러너 이규호 선수가 개발에 참여했다.
활동은 해외로 넓히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내달 28~31일 부탄에서 첫 해외 트레일러닝 대회 ‘코오롱 트레일 런 부탄 2026’을 개최한다. 지난 4월 강원도 횡성에서 국내 첫 트레일러닝 대회를 연 데 이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회는 부탄의 옛 수도 파로에서 출발해 해발 4000m 정점을 넘어 수도 팀푸까지 이어지는 40㎞ 단일 코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트레일 러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아웃도어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강점을 트레일 러닝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브랜드들은 다양한 지형과 퍼포먼스 수준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이며 러너들의 실제 경험과 커뮤니티를 연결해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iu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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