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호남 투자 교섭 논란에 기준 구체화
기업이익 연동 요구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 아냐
공장 신설·AI 도입 자체 반대는 의무 교섭 대상 제외
해고·배치전환 구체화 땐 고용·처우 대책 교섭 가능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의무적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공장 신설·이전이나 인공지능(AI) 도입 자체에 대한 반대도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기업이익 배분 요구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교섭 의제화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쟁의 대상의 경계를 구체화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보완해 성과급과 사업경영상 결정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노동쟁의 조정과 부당노동행위 등 정부의 사건 처리에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명문화하라고 요구했다. 기업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 속에 총파업까지 예고됐으나, 노사는 5월 20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같은 달 27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기업 투자도 교섭 대상인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지난 7월 13일 성명에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며 이를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개정 노조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한 만큼, 근무지와 처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노조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지침은 경영성과급 일반과 기업이익에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요구를 구분했다. 근로자의 임금·복지·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경영성과급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기업이익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배당 등 다양한 경영 판단의 재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먼저 배분하도록 요구하면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업이익은 이자·법인세·배당이 공제되기 전의 이익으로 주주·채권자·국가 등의 권익과도 연관돼 있다고 봤다.
기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한 노사 자율협의는 가능하다. 노동부는 기업의 경영성과와 투자계획, 유동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지 않는 연봉·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 방식으로 요구하거나, 지급 기준·시기·대상 등을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사업경영상 결정은 결정 자체와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구분했다. 공장 신설·해외 투자·생산기지 이전 등의 철회나 반대, 부지·규모·이전지역·시기 결정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판단의 기준은 근로조건 변화가 단순한 가능성에 그치는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지다. 투자 발표나 중장기 경영계획, 경영진의 추상적 언급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면 사내 공지나 노사협의회 자료, 교섭 과정에서의 사용자 확인 등을 통해 정리해고 등에 관한 구체적인 방침·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공장 신설·이전에 따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계획 등이 구체화되면 신설 공장으로의 배치전환, 근무형태 변경, 통근·이주비 지원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업 매각 역시 매각 자체에 대한 반대나 인수자 변경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인력운영계획 등이 구체화되면 고용승계와 해고 회피, 기존 근로조건 유지 등을 교섭할 수 있다.
AI·자동화 설비 도입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도입 자체에 대한 반대는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되, 직무·근무형태 변경이나 정리해고 등이 구체화되면 고용안정 대책과 근무시간 조정, 안전보건 대책 등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의무적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장래 변동할 수 있는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교섭은 가능하다.
노동쟁의 조정 단계에서는 노조가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 배분이나 경영 결정 자체에 관한 요구를 관철하려 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요구 내용을 변경하도록 적극 권고한다. 노조가 응하지 않으면 해당 부분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사용자가 기업이익 연동 성과급이나 경영 결정 자체에 관한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쟁의행위 대상이 아닌 사항을 주된 목적으로 파업 등에 나서는 경우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성을 판단한다. 요구가 여러 가지라면 주된 목적이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따지도록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정부는 노사 간의 자율적인 교섭은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면서도 지침 내용과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법을 해석·운영하여 지침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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