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나경원 의원실 제출 자료

1~8월 31건 중 23건

조정중지 처분 시 ‘합법 파업’ 인정…노봉법 하투 목전

삼성 10건 중 4건·현대차 10건 중 7건 등 파업 태세

공기업 포함 조정중지 비율 평균의 2배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정 전경. [헤럴드DB]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정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올해 들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대기업 노조 70% 가량이 파업권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노사 갈등의 조율자 역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최종적으로 인정 받은 하청 노조까지 파업 전선에 뛰어들 경우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쟁의조정 신청 대기업 노조 70% 파업권 얻어

3일 나경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이 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기업 및 계열사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조정 신청 총 31건 중 74%(23건)이 ‘조정중지’로 마무리됐다.

노동쟁의 조정 신청은 통상 노조가 파업권을 얻기 위해 거치는 절차다.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제3자인 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 뒤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의 조정중지 처분을 받으면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업별로 보면 각 계열사별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 신청 중 조정중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삼성전자 계열사 10건 중 4건 ▷현대자동차 계열사 10건 중 7건 ▷한화 5건 중 5건 ▷포스코 3건 중 2건 ▷HD현대 3건 중 3건 ▷롯데 1건 중 1건이었다.

이밖에 노조가 노동위 조정안을 받아들인 ‘조정안 수락’이 1건, 노조가 조정 신청을 철회한 ‘취하’가 2건, 노동위가 조율 주체로 들어가는 ‘행정지도’ 1건, 심의가 끝나지 않은 ‘처리중’이 4건이었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조정중지 처분을 받은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올해 노동위에 접수된 쟁의조정 신청 603건 중 조정중지 처분을 받은 비율은 34.2%(206건)이었다. 대기엽 계열사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재계 “정부가 파업 조정 적극 해줘야”

일각에서는 조정중지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파업 중재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도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커진 데다 쟁의 기준이 확대된 만큼 노동위원회가 중재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것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계에선 수차례 노동위원회 측에 ‘행정지도’ 처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는 요구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 이사는 “명확하게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 사항으로 노조가 쟁의 신청을 할 경우, 행정지도 처분을 내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위 측에선 별도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지도를 내릴 경우 노조가 당장 파업할 수 없고,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올해 노동위가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건 단 1건뿐이다.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는 포스코 발표 이후 노조는 즉각 노동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나, 행정지도 처분이 내려지며 파업 위기는 일단락됐다. 포스코는 올해 임금 협상안에 직고용 관련 안건을 다시 올리겠다며 논의를 보류했다.

올해의 경우 노사 단체교섭의 가장 큰 화두인 ‘N% 성과급’에서 조정중지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날 노동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해달라는 요구는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노란봉투법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조정중지 처분에 대해 기업이 별도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노조가 요구한 사안이 정말 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다퉈보려 해도 이의신청 절차 자체가 없어 그대로 파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성 분쟁 끝나면 쟁의 신청 더 늘어날 것”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조정 신청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는 아직 현실화하진 않은 상태다. 지난해 노동위에는 총 978건의 쟁의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올해 8월까지 603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신청 규모 자체는 평년 수준일 전망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사용자성 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년께 쟁의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하청노조의 경우 아직 노사 간 사용자성 판단이 대부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원청노조의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넓어지기는 하였지만 기존 단체협약 효력이 아직 끝나지 않아 모두가 당장 교섭을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각 노조에 대한 기업들의 사용자성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고, 원청노조의 경우도 새롭게 단체교섭을 할 시기가 도래하면 쟁의 신청도 더욱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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