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사장 면접’… 같은 시접에 ‘4개 항만공사 통합’ 발표

인천항만공사 사장 인선 놓고 “3년 임기 기관장인가, 통합 앞둔 과도기 책임자인가”

어떤 위상과 권한 갖게 될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인천항만공사(IPA)
인천항만공사(IPA)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정부가 인천항만공사(IPA)를 비롯한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침을 발표한 3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IPA 차기 사장 선발을 위한 면접이 진행되면서 정부 정책과 공기업 인선 절차의 엇박자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IPA 사장 공모에 응한 3명의 후보자가 면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사장은 통상 3년 임기의 IPA 최고경영자로 임명된다.

하지만 면접이 진행된 바로 그날 정부는 인천과 부산,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IPA 사장을 뽑는 날 정부는 사장이 이끌 항만 기관의 존립 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면접이 과연 ‘IPA 사장’을 뽑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였는지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통합 방침이 현실화되면, 차기 IPA 사장은 3년 동안 독립 공기업을 경영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기관장이 되기 어렵다.

통합 일정에 따라 IPA의 조직과 권한이 재편되고 독립 법인으로서의 위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선임되는 사장은 ‘IPA 사장’이라는 명칭을 달고 임기를 시작하지만, 실제 역할은 통합 이전 조직을 관리하고 새로운 항만공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도기 책임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항만공사 통합 방침을 언제부터 준비해 왔느냐는 것이다.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정책은 하루아침에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률 개정과 조직 재편, 자산·부채 조정, 인력 통합, 본사와 지역조직의 기능 배분 등 대규모 행정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이날 사장 면접이 진행될 당시 정부 내부에서 통합 방침이 어느 정도까지 결정돼 있었는지, 또 이를 인천항만공사 측과 사장 후보자들이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만약 정부의 통합 방침이 사장 공모와 면접 이전부터 상당 부분 확정돼 있었다면 상황은 더욱 묘해진다.

독립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뽑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정작 정부는 해당 기관을 통합·재편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장 후보자들은 무엇을 놓고 경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한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3년 임기의 독립기관 최고경영자 자리인가, 아니면 통합을 앞둔 IPA의 마지막 사장 자리인가, 혹은 향후 통합 항만공사 체제에서 인천항 지역조직을 관리할 가능성이 있는 과도기 책임자 자리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날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오갔는지도 관심이다. 후보자들에게 IPA 미래 성장 전략과 경영 능력만을 물었는지, 아니면 4개 항만공사 통합 이후 인천항의 위상 변화와 조직 개편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 검증했는지에 따라 이번 면접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면서도 사장 선임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면, 신임 사장은 임명 직후부터 자신의 임기와 기관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인천항의 위상이다. 4개 항만공사가 하나로 통합될 경우 본사가 어디에 들어서고, 인천항이 통합기관 내에서 어떤 위상과 권한을 갖게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부산·울산·여수광양항과 비교해 인천항의 기능과 권한이 어떻게 재조정될지도 중요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IPA 사장을 뽑는다면 단순한 기관장 선임을 넘어 통합 과정에서 인천항의 위상과 권한을 지켜낼 인물을 선택하는 일이 될 수 있다.

IPA 사장 인선은 이제 단순한 공기업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정책과 인천항의 미래 위상이 동시에 걸린 문제로 번지고 있다.

IPA 관계자는 “같은날 정부 발표와 면접이 졉지는 상황이 될 줄 몰랐다”며 “IPA는 면접날까지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대로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