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합 중단 발표 뒤 ‘통합 여부 재검토’ 여지 남겨
시민·노동계 “철회 아닌 유예 꼼수… 통합 불씨 완전히 꺼야”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 추진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공식 정책에는 ‘통합 여부 재검토’라는 단서를 남겨 인천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통합을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니라 당장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진 시점만 늦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인천국제공항 졸속통합 반대 시민·주민·노동단체 대책위원회는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정부 발표에는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뒤 추진 상황을 점검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책위는 이를 두고 ‘통합 철회가 아니라 통합 유예’라고 규정했다.
‘지금은 통합하지 않겠다’는 것과 ‘앞으로도 통합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통합 정책을 폐기했다면 ‘재검토’라는 표현을 공식 정책에 남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는 통합을 언제, 누가, 어떤 기준으로 다시 검토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통합 재검토의 시점과 판단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미래가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책위는 정부가 인천공항의 허브화 전략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지방공항의 적자와 경쟁력 문제를 이유로 통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정책적으로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공항을 지방공항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공항의 적자와 경쟁력 문제는 국가의 항공정책과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인천공항의 독립적인 운영체계까지 흔들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지방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의 구조를 흔드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라고 비판했다.
논란은 공항공사 전체 통합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전체 통합은 유보하면서도 보안과 시설, 운영 등 핵심 기능의 통합과 조직 재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개편안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보안 자회사를 통합하는 가칭 ‘항공보안공단’ 설립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대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공항공사 전체 통합은 뒤로 미루면서 핵심 기능부터 하나씩 통합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말로는 통합을 멈췄다고 하지만 실제 정책은 기능별 통합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항공보안은 단순한 조직 효율화나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은 국가 관문공항으로 각종 테러와 재난, 항공사고 등 위기 상황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국가 핵심시설인 만큼, 조직 통합에 앞서 안전성과 현장 대응 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또 정부가 추진할 가칭 ‘공항전략협의회’가 향후 통합 논의를 다시 꺼내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 뒤 그 결과를 평가해 통합 여부를 재검토한다면, 결국 협의회가 통합 재추진을 위한 전 단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협의회의 구성과 권한, 운영 방식은 물론 통합 재검토 기준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시민과 노동자가 요구한 것은 통합의 연기가 아니라 졸속 통합 정책의 완전한 폐기”라며 정부가 다시 통합을 추진할 경우 인천시민과 노동자, 시민사회가 더욱 강력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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