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장님께 말씀 부탁”에 김승원 “오케”
검찰, 직접 금품수수 없어 기소유예
“단순 공익 민원…승인 절차도 정상 진행”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공익적 고충민원을 단순 전달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전달한 정황과 이후 후원금이 언급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관련 판결문과 공소장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 제넨셀을 설립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던 대학교수 강모씨는 2021년 9월부터 10월 6일까지 사업가 양모씨에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조건으로 투자를 받기로 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같은 해 10월 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던 김 후보자에게 연락해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거 오빠가 조금 들어주거나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은데, 왜냐하면 여기는 이미 300억 투자도 유치가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에서 제넨셀을 조금 파악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며 치료제 개발 현황을 담은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
양씨는 다음 날에도 “제넨셀이 내년에 상장 준비로 가고 있는데. 그거에 맞춰서 플랜을 짜놨는데”라며 “엉아(김 후보자 지칭) 처장님께 말씀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나흘 뒤인 10월 12일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연락해 제넨셀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했다며 “잘 챙겨봐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양씨에게 “일단은 확인해서 나한테 다시 보고를 해주신다고 하니까 한번 좀 기다려보라”고 전했다.
양씨가 같은 날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세 군데에서 업무 분장이 돼 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김 후보자는 이를 김 전 처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약 20분 뒤 “염려해주신 건은 회사와 자료 보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잘 챙기도록 실무진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 메시지를 다시 양씨에게 전달했고, 양씨는 강씨와 내용을 공유했다.
양씨와 김 후보자의 연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양씨는 같은 달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김 후보자를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씨가 “강씨와 상의한 결과 김 후보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정 고마우면 국회의원 후원회에 지급할 수 있는 1인당 후원금이 최대 500만원이니 일이 잘되면 그렇게만 해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24일에도 김 후보자에게 “화욜(10월 26일)에 승인 날 듯하지만 그래도 엉아 힘 보탠 거 확실히 해야죠”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 후보자는 “응응 그럼. 국부유출 막아야지”라고 답했다.
식약처는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처음 연락한 지 2주 뒤인 10월 26일 해당 치료제의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승인이 나오자 양씨는 강씨에게 “승인 건으로 힘써주신 김승원 의원님께 500만원 후원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재명 라인은 승원 옵(김 후보자 지칭)인데 보답을 못 해 다시 부탁하기 그렇고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양씨는 강씨의 요청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교수님이 감사로 후원금 넣는다고”라며 계좌번호를 물었고, 김 후보자는 후원회 계좌번호와 함께 “고마워”라고 답했다.
양씨는 강씨에게 계좌번호를 전달하면서 제넨셀이 아닌 다른 사업자나 강씨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보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김 후보자의 후원금 한도가 이미 찬 상태여서 실제 송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씨는 재판에서 김 후보자가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김 후보자와 강씨 사이에 직접적인 금품 수수가 없고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강씨와 양씨는 뇌물공여약속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범행 경위와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김 후보자는 검찰 처분의 사실적·법률적 전제가 잘못됐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냈다.
김 후보자와 양씨가 처음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판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2013년 양씨가 운영하던 유흥주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적이 있으며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측은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청탁이 아닌, 국회의원 청탁금지법에서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공익적 고충민원 단순 전달”이라고 밝혔다.
준비단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치료제 허가나 우선 심사, 기준 완화 또는 절차 생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역시 신속 처리 요청만으로 불법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는 게 김 후보자 측 설명이다. 식약처 심사 과정에서 이례적인 규정·매뉴얼 위반이 없었고 담당 직원 7명도 당시 식약처장의 별도 지시나 특별보고가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실제 정치후원금이나 금품·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준비단은 당시 수사가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체제에서 이뤄졌다며 “‘봐주기 처분’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2021년부터 검찰이 3년 동안 검사 10여명을 동원해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무혐의 처분이 마땅한데도 일부 행위를 이유로 기소유예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은 임상시험 승인이 요청 때문에 앞당겨졌다는 의혹에도 선을 그었다. 준비단은 추가 입장문에서 “당시 코로나 치료제는 신속심사 프로그램에 따라 ‘보완자료 접수 후 15일 이내 처리 기준’이 적용됐고 실제 승인 역시 해당 기간 내 정상 진행됐다”며 “수개월간 진행된 식약처 공식 절차에 따라 승인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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