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값에도 주택 수·임대 방식 따라 과세 달라
고소득자도 임대수입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
소형주택 여러 채 보유해도 전세 간주임대료 비과세
임대소득 중심 과세 정비·임차인 부담 완화 함께 살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기준시가 12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월세를 받아도 임대소득이 비과세되지만, 기준시가 6억원짜리 주택 두 채에서 월세를 받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주택자산의 총가액은 같지만 ‘집의 개수’가 세금을 가르는 셈이다.
같은 규모의 주택자산을 보유해도 주택 수에 따라 임대소득을 달리 하는 것은 과세체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국내 1주택자의 월세 임대소득은 주택의 기준시가가 12억원 이하이면 비과세다. 기준시가가 12억원을 초과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는 월세 임대소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판단 기준은 시세나 실제 매매가격이 아닌 기준시가다.
이 탓에 기준시가 12억원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임대인은 월세 수입이 있어도 해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반면 기준시가 6억원 주택 두 채를 보유한 임대인의 월세 수입은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실제 납부세액은 필요경비와 공제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같은 규모의 주택자산을 보유하고도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단계부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임대 방식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다. 기준시가 6억원짜리 주택 두 채를 월세로 임대하면 과세 대상이지만, 전세로 임대하면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는 비과세다. 간주임대료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임대수입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는 원칙적으로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한다. 올해부터 고가 2주택자의 전세 임대도 과세 대상에 일부 포함됐지만, 고가주택이 아닌 2주택자의 전세 임대는 비과세가 유지된다. 같은 주택을 임대하더라도 월세로 받느냐, 전세보증금으로 받느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비과세는 갭투자 수요와도 맞물릴 수 있다. 주택 매입에 필요한 자기자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줄이는 동시에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에서도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전월세를 달리 취급하는 과세체계가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자에게도 적용되는 주택임대소득 분리과세 역시 형평성 문제를 낳는 대목이다. 주택임대소득은 원칙적으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5%의 세율로 종합과세한다. 다만 연간 주택임대 수입금액이 2000만원 이하이면 14% 세율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많은 사람도 주택임대 수입금액이 기준 이하이면 해당 임대소득에 대해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가 임대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 같은 임대소득인데도 임대 대상이 주택인지 상가인지에 따라 세부담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분리과세 적용 규모도 작지 않다.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4년 주택임대소득 신고 인원은 46만3374명, 수입금액은 9조877억원이다. 이 가운데 분리과세 신고 인원은 25만3728명으로 종합과세 신고 인원인 20만9646명보다 많았다. 분리과세 신고 수입금액은 2조3240억원이었다.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제외도 보유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주거용 면적이 40㎡ 이하이면서 기준시가가 2억원 이하인 소형주택은 올해 말까지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적용돼 이런 주택을 여러 채 가진 고자산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별 주택이 작고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이 보유한 전체 자산과 임대수입까지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택임대소득 과세의 형평성을 높이려면 주택 수와 임대 방식에 따라 갈리는 과세기준을 실제 임대수입과 부담 능력에 맞춰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과세 대상에서 빠진 임대인의 주택 수와 임대수입을 파악하고, 제도 개편에 따른 추가 과세 인원과 세수 효과를 따지는 작업이 우선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유 주택 수에 따른 과세방식을 주택임대소득 기준 등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세체계 개편 검토를 제안했다. 이어 “과세 확대에 따른 임대인의 세부담은 소형주택 임대사업자 세액감면 등으로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은 월세액 세액공제 등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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