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대금 60→35일…“발주 줄어 납품업체 피해” 반발

현장 “잘 팔리면 발주 안 줄어, 유통사 심기 의식했나”

소공연 “35일도 길다” 환영…소상공계 내부 온도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과 여야 의원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상정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과 여야 의원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상정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쿠팡 등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기한을 단축하는 법안(60일→35일)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일부 중소상공인 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대금 정산 기간을 줄여달라’는 것이 납품업체들의 오랜 요구였던만큼 이들의 ‘반대 입장’ 표명은 다소 의외란 평가가 많다. 국회 안팎에선 오랜 갑을 관계가 ‘쿠팡 눈치보기’로 이어진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입법 과정에서 ‘쿠팡의 비공식적 반대의견 전달’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에서 직매입 거래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서 35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 등의 지급기한도 현행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같은 피해를 막고 중소 납품업체의 자금 회전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관련법은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만을 앞두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현행 법정 지급기한인 60일에 거의 맞춰 납품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 대금 지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평균 대금 지급기간은 27.8일이었다. 반면 영풍문고 65.1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쿠팡 52.3일, 홈플러스 46.2일 등 9개사의 평균 지급기간은 53.2일이었다.

그런데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급기한 단축 법안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일부 중소상공인 관련 단체에서 되레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한국중소상공인협회 등은 지난 2일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도 같은 날 개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는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거대 중국계 플랫폼의 경우 본 법안의 구속력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섣부른 입법을 철회하고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도 “산업 현실을 외면한 규제 강화는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또 다른 부실을 부를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중소업체들에겐 며칠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생존의 핵심”이라고 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유통기업의 운전자금 부담과 상품 매입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생 브랜드와 스타트업 제품의 시장 진입 기회가 축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의 ‘반대’ 목소리와는 달리 실제 납품 회사 현장에서는 지급기한 단축을 환영했다. 쿠팡과 거래하는 한 중소 납품업체 대표는 “제품이 잘 팔리면 유통업체도 그만큼 수익을 얻기 때문에 대금 지급기한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발주를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도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업체들이 정말 목숨을 건다”며 “괜히 거래처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협상력이 강한 만큼 일부 반대 목소리에도 이 같은 거래관계가 정산 기간을 단축하는 법안 개정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게끔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대금 지급기한을 줄이면 곧바로 발주량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비약으로 보인다”며 “대형 유통업체와 괜히 마찰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급기한을 15일 이내까지로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공연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된 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급기한 단축은 거래의 공정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자금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일부 단체의 반발로 소상공인 전체가 지급기한 단축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 개정에 관여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의 자금 사정을 걱정한다고 밝힌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법안 논의 과정에서 쿠팡 등 유통업계로부터 법안 추진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의 비공식적인 의견 전달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들이 거래 관계를 의식했거나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 입장을 낸 단체와 대형 유통업체 간 연결고리도 확인됐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재검토를 요구한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주요 회원사에는 쿠팡과 컬리가 포함돼 있다. 제도 보완을 요구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는 김슬아 컬리 대표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특정 회원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며 유통업 전반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도 “특정 유통업체를 의식하지 않았다”며 “중소 유통사나 신생 납품업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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