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상정-국회 비준 절차 거쳐야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 포함될듯
“파병시 美반도체 압박 완화될 것”
[헤럴드경제=윤호·전현건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군수지원함과 초계기(哨戒機) 등 군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이 이뤄지면 지난 2004년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행 이후 22년 만에 미국 요청에 의한 파병이 된다.
4일 국방부는 “호르무즈에 ‘파병가닥’이라는 일부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방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향후 국내법 절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결정사안을 공유할 가능성은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파병안을 상정하고, 국회에 비준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파병동의안에는 파견 지역과 파견 필요성, 파견 부대 규모·기간· 임무, 지휘관계, 예산 등의 내용이 담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같은 파병 기류는 이란 전쟁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수차례 ‘군사적 기여’를 공개 압박한 데 따른 고민의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우리(미국)는 3만9000명 병력을 주둔시켜 김정은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하는 아주 쉬운 군사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한국이 이란 문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며 “이 일은 기억해 두겠다”고도 했다.
대미 투자와 쿠팡 문제 등으로 경색된 한·미 관계를 ‘파병 카드’로 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표적 관세를 예고, 국내 반도체 업계와 정부가 긴장감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미국의 반도체 압박과 관련해 “향후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압박을 상당부분 완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할 자산으로 P-8A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폭발물 처리반(EOD)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투 목적 자산을 지원함으로써 이란에 ‘공격 목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들 자산투입을 검토하는 것은 직접적인 전투 참여보다 감시·항행안전·후방지원을 통해 제한적으로 기여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선박과 에너지 수송로 보호라는 명확한 국익을 확보하면서도, 대이란 군사작전에 직접 개입하는 부담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평이다.
P-8A은 장거리 해상감시와 수상·수중 표적 탐지, 해양상황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어 호르무즈와 오만만 일대의 선박 감시와 정보공유 임무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 해군이 운용하는 P-8A는 6대에 불과해, 장기간 다수를 파견할 경우 북한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반도 대잠전 임무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1~2대를 일정 기간 순환 배치하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전투함에 유류 및 군수품을 보급·지원하는 군수지원함으로는 해군원양 작전을 위한 해상 보급 능력을 갖춘 소양함이 지원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폭발물 처리반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부유폭발물이 상선 운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선박 보호라는 목적과 연결시키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한국의 파병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 상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추진 중인 여러 사안들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검토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맹국 가운데 실제 전력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수 있다”며 “이번 파병은 북미 대화 등에 있어 ‘코리아 패싱’을 피하고 미국과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 사무총장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하지 못하면 해당 국가로부터 ‘패싱’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국제 정치·외교의 변화된 모습”이라며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하는 건 우방국 중 한국이 동참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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