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상반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시 이전을 시작으로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도 ‘잔류 최소화 원칙’ 하에 내년부터 지방 이전에 착수한다. 또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자회사 5곳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공공기관 109개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을 국가의 명운과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거듭 강조해온 만큼 당초 예상을 넘는 규모와 속도로 정책 추진 계획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과밀·집중화된 행정·공공 기능을 재배치해 지방균형 발전을 이루고, 중복·비효율적 조직을 정비해 국가경쟁력과 행정서비스를 제고하는 것은 비단 현 정부 뿐 아니라 진보·보수를 망라해 국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될 과업이자 대계다. 3대 메가특구 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에너지·전력망 등의 첨단기술산업 발전, 부동산·교육·환경·인구정책 등의 성패가 모두 걸린 문제이니만큼 더 이상 지체할 문제도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정부 발표에 지역·공직사회와 노동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세종시를 비롯한 신규 유치 지역은 환영 분위기이자만 행정·공공기관의 종전 입지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는 반대하고 나섰다. 공직사회에선 우려가 쏟아지고 공공기관 노조, 노동계는 반발이 거세다. 주요 국책은행이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4.5일제 도입, 임금 6% 인상과 함께 ‘본사 이전 시 노조와 사전 합의’를 요구하는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도 정부 정책이 졸속 속도전이라며 비판했다. 전국 4개 항만 공사 통합 계획에도 인천·부산 시민단체가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이전·통폐합 일정만이 아니라 대화·협상, 갈등해결의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기업과의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 지역 경제 발전 효과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제시해 지역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행정·공공기관 이전과 통폐합으로 생활·근무 여건이 바뀌는 이들에 대해서 적정한 보상과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 서비스의 개선과 효율화 기대를 숫자와 자료로 보여줘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공직사회와 공공부문 노조 또한 머리띠부터 둘러야 나중에라도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고 정부와 흥정하려 해선 안된다. 행정·공공기관이 그동안 ‘신의 직장’으로 불린 까닭은 공적 사명에 따르는 고용·복지상의 특별한 혜택때문이었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정부와 합리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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