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진흥공단 주도로 진행된 ‘착한계란’ 사업에 대해 계란 유통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착한계란’ 명칭 탓에 기존 유통업체들은 ‘폭리’를 취하는 유통업자들처럼 비쳐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스마트 팜 계란 공장 [가농바이오]
소상공인진흥공단 주도로 진행된 ‘착한계란’ 사업에 대해 계란 유통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착한계란’ 명칭 탓에 기존 유통업체들은 ‘폭리’를 취하는 유통업자들처럼 비쳐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스마트 팜 계란 공장 [가농바이오]

소진공 ‘착한계란’ 사업 벌이자… 계란 유통업계 “기존 유통업자는 도둑놈 취급”

착한계란은 전국 동네슈퍼 4000여곳에 12만판 공급… 금액 6억원 가량

소진공 “12만판 1회 사업, 추가 계획 없어”… 생산->소비자 직거래 늘자 ‘위기감’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란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좋지요. 동네슈퍼도 손님을 끌 수 있으니 좋습니다. 그런데 그 슈퍼에 원래 계란을 공급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우리 유통인들은 다 도둑놈이 돼 버렸습니다”

강종성 한국계란산업협회(이하 협회) 회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하나금융그룹 등이 내놓은 ‘더(the)착한계란’ 사업에 대해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와 동네슈퍼를 돕겠다는 사업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미 슈퍼마켓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는 계란 유통업자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에 정부기관과 금융회사가 지원하는 저가 상품이 들어오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계란산업협회는 전국 3100여명의 계란수집판매업자 등 계란 유통업 종사자들이 모인 단체다.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을 받아 선별·포장업체나 슈퍼마켓·식자재마트 등 소매 유통망에 공급하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을 주로 담당한다.

강 회장은 “계란 한판에 들어오는 가격이 6500원이고, 판매하는 단가는 대략 7000원 가량이다. 500원을 이익으로 남기는 수준인데 마치 중간에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처럼 인식이 생겼다. 우리가 억울한 것은 이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착한계란’이란 단어 때문에 기존 유통업자들이 ‘나쁜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진공이 주도한 ‘착한계란’ 사업은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고 동네슈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소진공과 하나금융그룹,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 동네슈퍼 4000여곳에 계란 12만판을 공급한다. 소비자는 계란 2판 60개를 9990원에 살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계란 1판 3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332원으로 2판이면 1만4664원이다. ‘착한계란’ 판매가격은 2판에 9990원으로 평균 소비자 가격 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착한계란’이 싼 가격으로 납품될 수 있는 것은 별도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소진공은 사업 과정에서 양계장 20곳을 선정해 유통마진을 줄이고 하나금융이 계란 세척·검란·선별 작업비와 전국 물류비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소진공은 가격 표시와 공정거래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소공연은 중소슈퍼마켓 유통망을 통한 입점과 판매 지원을 맡는다.

소비자와 슈퍼 입장에선 반길 만하다. 대형마트나 식자재마트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동네슈퍼가 추석을 앞두고 계란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계란 60개를 1만원 아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착한계란은 일종의 미끼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계란 매대 앞에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소비자들이 계란 매대 앞에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문제는 계란을 슈퍼에 납품해온 기존 유통업자다. 강 회장은 “슈퍼마켓은 계란 유통인들의 주요 거래처다. 그 거래처에 생산자와 연결된 물량이 별도의 지원을 받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면 기존 유통업자가 정상적인 가격으로 납품하기 어려워진다”며 “기존 유통업자들은 계란을 비싸게 공급해온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계란 유통업계의 위기감엔 계란 유통 과정의 구조적 변화도 한 배경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유통실태 자료를 보면 2016년 계란의 95.6%는 식용란수집판매업체를 통해 선별·포장돼 유통됐다. 그러나 2024년에는 농장에서 도매단계로 출하된 계란은 전체의 81.7%로 줄었다. 대신 농장에서 소매단계로 곧바로 출하된 비중은 같은 기간 5% 안팎에서 18% 수준으로 높아졌다. 8년 사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출하한 비중이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기존 식자재마트의 계란 할인 경쟁도 계란 유통업계의 오랜 갈등 요인이었다. 협회는 그동안 일부 식자재마트가 계란을 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면서 납품업체에 원가 이하 공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강 회장은 “식자재마트에서 계란을 싸게 판매할 때도 결국 납품 유통업자에게 부담이 돌아왔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거래해온 슈퍼마켓에까지 저가 계란이 들어간다. 정상적인 가격으로 계란을 공급하는 유통업자가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파는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소진공은 이번 사업이 기존 계란 유통시장을 대체하기 위한 상시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의 물가 부담과 동네슈퍼의 경영 부담을 동시에 낮추기 위해 민간과 함께 마련한 한시적인 상생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계란 12만판을 공급하는 1회성 사업에 한정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앞으로 사업을 계속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착한계란’ 가격을 그대로 장기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2판 9990원이라는 가격에는 하나금융의 세척·검란·선별 작업비와 물류비 지원이 전제돼 있다. 지원 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상시 공급할 경우 생산·선별·물류·소매 각 단계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