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누구세요?’
복잡성 부여해 타인과 연대 모색
김애란·벵하민 라바투트 개막 대담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문학은 인공지능(AI)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거대언어모델(LLM)이 훌륭한 산문을 써내지는 못합니다.”(벵하민 라바투트 작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하는 시대에 문학이라는 느린 호흡으로 인간의 존재와 세계를 이해하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개최된다. 오는 11~16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올해 축제는 ‘누구세요?’라는 주제 아래 나와 타인,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랜 시간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천착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복잡하게 이해하지 않고 보다 커다란 정체성으로 판단하려 한다. 이에 다시 복잡성을 부여해 타인과 연대를 모색하고자 정한 주제다.
축제 기획위원인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섹션을 통해 주제인 ‘누구세요?’에 대한 답을 얻게 되기보다 또 다른 질문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데,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뒤 20년이 흘러 다시 기획위원을 맡은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에 남다른 감회를 밝히면서 “AI를 통해서도 내가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남을 설명하는 전통이 지금까지는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칠레의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나서 ‘사람입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김애란은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의 작품에서 생활의 균열을 포착하며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에 천착한다. 벵하민 라바투트는 ‘매니악’ 등에서 논픽션을 파고 들다가 과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는 지점에서 만난다.
김애란 작가는 “인사 갔을 때, 가족들의 안부를 물을 때 망각의 틈을 찢고 인간성이 새어나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동물이 자기 보존 욕구가 있는데 인간은 거의 유일하게 이익에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가끔 육체를 찢고 나오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라바투트 작가는 “다양한 인간의 경험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의 미스터리가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서 예술이 발현된다. 문학은 마지막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해 간다”고 했다.
AI는 읽고 쓰기의 기본적 관계를 변화시키고, 창작의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문학은 앞으로도 고유한 힘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작가들의 관측이다.
김연수 작가는 “AI는 우리에게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과정 없이 답만 내놓는다. 예술은 중간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통해 결과물이 나온다. AI가 보여주는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어떻게 알게 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앎이 생기는 것은 맹신과 똑같다”고 짚었다.
김애란 작가는 “처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때 소통을 더 풍부하고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바가 많아졌다”면서 “문학이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소통에 대한 환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언어가 빨리 교환된다고 해서 소통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게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임을 알려주는 매체다. 문학은 세계에 대한 무지. 인간에 대한 무지를 아주 길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해 온 장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소설, 시, 그림책,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함께 참여한다.
김효은 작가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 작가와 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 작가와 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 작가와 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 작가와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 다양한 대담이 진행된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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