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오르자 도매시장으로…마감시간 찾는 소비자
장미 100송이 6만원…꽃값 부담에 남대문시장 북적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이 가격이면 남는 것도 없어. 그냥 가져가는 거야.”
지난 1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E동. 신문지로 둘둘 싼 꽃다발을 손에 든 사람들이 하나둘 계단을 내려왔다. 발길이 향한 곳은 3층 꽃 시장이었다. 마감까지 2시간이 남았지만, 사람들은 분주하게 꽃을 고르고 있었다. 꽃집 사이 좁은 통로는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남대문 꽃시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활짝 폈다. ‘저렴하게 꽃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혼자 꽃을 고르러 온 남성부터 부케를 고르는 커플, 친구들과 함께 온 여성까지 방문객도 다양했다.
꽃도 다채로웠다. 빨강, 노랑, 파랑 장미부터 하얀 안개꽃까지 꽃집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진열했다. 대부분 가격표가 없어 손님들은 연신 “이건 얼마예요?”를 외쳤다. 마감이 가까워지자, 일부 꽃집은 가격을 낮췄다. 손님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신문지에 싸인 꽃다발이 하나둘 팔에 쌓여갔다.
이날 장미꽃 100송이는 6만원에 살 수 있었다. 시중 꽃가게에서 포장까지 마친 100송이가 20만원을 넘는 걸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이었다. 도매시장이라 꽃을 포장·손질하지 않고 묶음 단위로 팔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시장 안쪽에는 꽃다발을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었다. 직접 산 꽃을 가져오면 원하는 형태로 다발을 완성해 준다. 가격은 100송이 기준 2만5000원 정도다. 한때 이 가게 앞에도 줄이 늘어섰다.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은 포장지와 끈의 색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다.
일산에서 온 김유림(25) 씨는 “마감 시간에 이곳을 찾으면 (꽃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와봤다”며 “저렴한 가격에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꽃다발 제작을 기다리던 조민아(26)씨는 “친구 생일 선물을 고르다 찾았다”며 “장미 10송이를 7000원에 샀다”고 했다.
상인들도 달라진 풍경을 체감하고 있다. 상인 A씨는 “오전에는 도매상들이 꽃을 사러 오고 오후가 되면 손님이 줄어드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 오후에도 북적인다”고 전했다. SNS도 뜨겁다. 12일 기준, 남대문꽃시장 해시태그(#) 게시글은 1만5000개가 넘었다.
다만 젊은 소비자의 유입이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감 시간에 남은 꽃이나 소량 묶음 상품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도 상인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꽃값 상승으로 화훼 소비 자체가 잔뜩 위축된 영향이다.
실제로 국내 화훼 소비는 감소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의 월별 전년 대비 실적을 보면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이달 12일까지 절화 거래량은 47만단으로 전년 동기(59만단) 대비 19.72% 줄었다. 부산화훼공판장에서도 이달 11일까지 절화 거래량이 10만단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9% 감소했다. 광주원예농협 역시 5만단으로 3.15% 줄었다.
치솟은 가격은 경매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절화 경매금액은 전년보다 6.68% 늘었다. 같은 기간 부산화훼공판장은 절화 거래량이 0.46% 줄었는데도 경매 금액이 오히려 11.08% 증가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며 “SNS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빠르게 퍼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판매처로 소비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siu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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