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
사우디 원유수출 13년만 최저 등 충격
정부, 우회항로·운임차액 지원카드 검토
LNG까지 들썩, 8월 SMP 147.88원 부담
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원유 수급에는 당장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가 9~10월 도입 예정 원유 물량을 전년 대비 90% 이상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격 충격이 커지고 있어 정부는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와 우회항로 지원, 운임차액 지원 확대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신학 차관 주재로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원유 수급 현황과 유조선 통항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민관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유업계가 상당한 물량을 미리 확보해둔 데 따른 것이다. 정유업계는 이날 회의에서 “7~8월 도입 원유는 전년 대비 100% 이상”이라며 “9~10월도 전년 대비 90% 이상 확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메디나 지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해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약 700만배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약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배럴당 14.4달러 오른 114.7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9.9달러 오른 131.2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5.6달러 상승한 170.4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정부는 유가 급등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직후 도입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제9차 석유 최고가격을 제8차와 동일하게 지정했다. 현재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ℓ)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제10차 석유 최고가격은 이달 말 고시될 예정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만큼 제도 연장과 최고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원유 확보에 문제가 없더라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망 대응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사우디 송유관 재개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수에즈운하 등 우회항로 전환을 지원하고 지난달 24일 재시행한 비축유 SWAP 제도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문 차관은 “정부와 정유·해운업계가 긴밀히 소통해 국민 생활에 불안이 없도록 수급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비축유 스와프 제도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다변화 운임차액 지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우리 업계가 대체물량을 원활히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재의 원유 도입 다변화 수준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유 수급과 별개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력시장으로 번지는 조짐은 뚜렷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전력도매시장의 기준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MP 상승은 발전기업에는 판매가격 상승 요인으로, 한국전력에는 전력구입비 증가로 작용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시간대별 SMP 최고가격은 지난 3일 오후 7시 195.43원/kWh까지 올랐다. 월평균 육지 SMP도 올해 초 102~110원대에서 4~5월 118~121원대로 올라선 뒤 6월 113원대로 낮아졌지만, 7월부터 다시 급등했다. 7월 평균 SMP는 전월보다 17.3% 상승한 133원대로 올라섰고, 8월에는 11.1% 추가 상승해 147.88원을 기록했다. 9월 1~8일 평균은 143.85원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40% 높은 수준이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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