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진 제물포구청장, ‘3대 현안’ 승부수 던져
해사법원 본청·IPA는 끌어오고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지킨다
내항 1·8부두를 원도심 회복의 전초기지로… “기관·사람·기업 다시 모아야”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원도심이 더 이상 빠져나가는 도시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인천 제물포구의 사실상 ‘반격 선언’이 나왔다.
해사법원 본청은 끌어오고 인천항만공사(IPA)는 이전시키며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지키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세 개의 기관을 둘러싼 지역 현안이지만 그 속내는 훨씬 선명하다.
공공기관과 핵심 도시 기능이 신도심으로 이동하면서 공동화된 원도심을 다시 인천의 중심축으로 돌려놓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김찬진 제물포구청장은 14일 송림청사 소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한 3대 현안을 공식화했다.
현안 핵심은 ▷해사법원 본청 내항 1·8부두 유치 ▷IPA 제물포구 이전 ▷한국은행 인천본부 제물포구 존치다.
“원도심에 사람을 다시 불러들여야”… 해사법원 본청 유치 승부
첫 번째 카드는 해사법원이다. 제물포구는 이미 해사법원 임시청사를 유치했고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내항 1·8부두에 해사법원 본청까지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해사법원을 단순한 법원 하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해상보험과 금융, 중재, 물류 등 관련 산업과 전문인력이 따라붙는 만큼 내항 재개발의 ‘앵커시설’로 활용해 주변 민간투자와 산업 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제물포구가 노리는 것은 건물 하나가 아니다. 법원이라는 공공기능을 시작으로 법률·금융·물류 기업과 전문인력이 따라오는 도시 기능의 재집적이다.
IPA 이전 요구… “항만 없는 항만도시 재생은 공허하다”
두 번째 승부수는 IPA 이전이다. 제물포구는 지난 8월 내항 1·8부두 재개발 실시계획이 승인된 것을 계기로 IPA의 내항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상업시설과 관광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원도심의 지속적인 활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항만을 관리하는 핵심 공공기관이 내항 현장에 자리 잡아야 항만과 원도심의 연결고리도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제물포구는 북항과 신항의 중간에 위치한 인천항의 지리적·행정적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PA가 제물포구로 이전하고 해사법원 본청까지 들어온다면 물류와 법률,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해양산업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말 그대로 ‘내항 재개발=건물 개발’이라는 접근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산업+사람’이 움직이는 도시 재편으로 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내보낼 수 없다”… 원도심 공동화에 제동
세 번째는 ‘유치’가 아니라 ‘방어’다. 제물포구는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관외 이전 검토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지역경제 조사·연구, 중소기업 지원, 경제교육 등으로 원도심을 뒷받침해 온 만큼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기보다 제물포구 안에서 대체부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기관 존치 요구로 보기 어렵다. 이미 도시의 중심 기능이 신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인구가 줄고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핵심 공공기관마저 빠져나갈 경우 원도심 공동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기관 하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능 하나가 사라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세 현안의 공통분모 ‘도시 기능의 회복’
김찬진 구청장이 이날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제물포구가 인천의 시작이자 대한민국 근대도시의 출발점이었지만 도시 중심 기능이 신도심으로 옮겨가면서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를 겪어온 만큼 통합 제물포구 출범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사법원은 가져오고 IPA는 옮겨오게 하고 한은은 붙잡겠다는 세 가지 요구가 결국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로 수렴되는 이유다.
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기관 이전과 존치는 해당 기관의 경영·업무 효율성, 정부 정책, 관계기관 협의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특히 IPA 이전은 단순한 지방정부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사법원 본청 역시 최종 입지와 관련해 중앙정부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은 사업 확정 발표라기보다 제물포구가 중앙정부와 정치권, 관계기관을 향해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을 요구한 정치적 신호탄에 가깝다.
‘제물포구의 요구’에서 ‘인천의 선택’으로 갈 수 있나
김 구청장은 세 현안이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사람과 기업, 공공기관을 다시 제물포구로 모아 원도심의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든다는 하나의 방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해사법원 본청은 내항 재개발의 앵커시설로, IPA 이전은 항만과 원도심을 잇는 구심점으로, 한국은행 인천본부 존치는 원도심의 공공·금융 기능을 지키는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제 공은 인천시와 중앙정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제물포구의 3대 현안이 단순한 지역 민원으로 끝날지, 아니면 내항 재개발과 원도심 부활의 새로운 도시전략으로 채택될지는 결국 이들 기관과 정치권의 선택에 달렸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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