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위원장 둘러싼 조합비·장인업체 의혹 확산

세 비슷해진 DS·DX 노조, 교섭 주도권 싸움 모양새

‘非노조원 블랙리스트’ 최 위원장 유죄 판결시 해고 가능성도

DX 중심 동행노조는 최승호 위원장 엄벌 탄원 캠페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5월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3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사후조정 회의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면 노조는 내일부터 삼성전자 창사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종=윤창빈 기자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5월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3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사후조정 회의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면 노조는 내일부터 삼성전자 창사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종=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내부 갈등이 격화하면서 비방전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반도체(DS)와 완제품(DX) 부문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DS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DX 중심의 동행노조 사이에서도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회계 업무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최근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과 관련한 회계자료와 영수증 등을 공개하고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노조가 지출한 약 4억2596만원 상당의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와 포인트 등이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520만원이 법인카드와 대한항공 제휴 개인카드 등으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혜택이 노조에 귀속됐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롯데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1억1229만원 상당의 영수증 다수에 ‘최*호’ 명의의 L.POINT 적립 내역이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위원장은 공동투쟁본부 활동 과정에서 집회용 조끼 등 약 3억7000만원 규모의 물품을 자신의 장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에도 휩쌓인바 있다.

최 위원장은 장인 업체와 거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복수 업체의 가격과 납기 등을 비교해 선정한 것이며 자신이나 친족에게 리베이트·수수료 등 부당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는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초기업노조 내부의 주도권 갈등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업노조 측은 최 위원장의 장인 업체 계약 내용을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이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승호 위원장은 DS 소속이지만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DX 소속이다. 초기업노조 측은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이 DS 중심의 조직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내부 갈등을 넘어 노노갈등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초기업노조는 이달 중 조합 가입 대상을 DS부문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가 전사 재원을 활용한 성과급 통합 분배를 요구하며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한 이후 노조 간 견해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X를 중심으로 꾸려진 동행노조와 2027년 임금교섭부터 분리 교섭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원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광주지회장이 17일 본인 SNS를 통해 최승호 위원장과 관련한 입장을 공개했다.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초기업 엄벌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원일 지회장. [동행 노조 제공]
이원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광주지회장이 17일 본인 SNS를 통해 최승호 위원장과 관련한 입장을 공개했다.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초기업 엄벌 탄원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원일 지회장. [동행 노조 제공]

최근 DX 중심 노조인 동행 노조(조합원 3만916명)도 초기업노조 조합원(5만3077명)과 체격이 비슷해지면서 교섭 주도권 싸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 DS·DX 노조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동행노조 소통방에서 최 위원장 등을 겨냥한 과격한 표현이 등장하자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 측에 공식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근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한 ‘노조 블랙리스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자, 동행 노조에서는 엄벌 탄원서를 확보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만약 최승호 위원장이 만약 ‘노조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징계 해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측도 노노갈등이 격화되면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전자 내부 노노 갈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15일 “노동 인권은 노사 관계뿐 아니라 노노 관계에서도 반드시 준수돼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교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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