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강 전 행장의 소환으로 산업은행 수장들의 ‘수난사’가 어김없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2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강 전 행장은 ‘바이오업체 부당 지원’ 의혹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다. 그 문제는 검찰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수사와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까지 (검찰이)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생 조국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짧게 답하고 조사실이 있는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대우조선의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이 주력 사업 분야와 관계가 없는 바이오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2년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기술 개발’이라는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55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44억원이 집행됐지만 강 전 행장이 퇴임하자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바이오에탄올을 상용화할 구체적 계획과 능력이 없음에도 대우조선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B사 김모 대표를 구속했다. 김씨는 2011년 5월 관세청과 관세 분쟁을 겪던 주류 수입업체 D사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에 로비해 주겠다면서 3억 25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와 함께 2011년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에서 거액의 특혜성 대출을 받을 때 강 전 행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한성기업은 2011년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의 대출을 받고 나서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투자를 권한 B사에 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과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한편 강 전 행장의 출석으로 ‘낙하산 인사’, ‘정권 하수인’ 등의 비판을 받아온 산은 수장의 수난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근영 당시 총재는 정권의 요구에 따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불법 대출하면서 국민의 정부에서 발생한 ‘대북 송금’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이 총재는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바 있다. 뒤이어 수장자리를 넘겨받은 엄낙용 전 산은 총재도 국정감사 당시 돌출발언 등을 이유로 8개월의 짧은 임기를 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참여정부 시절 김창록 총재 역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청탁을 받아 신정아 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산은이 뇌물성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민유성 전 행장의 경우 파산 직전의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 했다가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2011년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홍기택 전 행장의 경우에도 ‘서별관회의’ 파문 등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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