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민선 9기 서울 최연소 구청장…31년 정치 경험 바탕으로 겸손·현장 행정
마들역 거목 전도 사고에 책임감 절감…직원에 직접 감사 답장하고 출근길 인사까지
김성환의 복지·환경, 오승록의 자연·문화 이어 재건축·재개발과 바이오산업으로 지역경제 도약 구상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민선 9기 서울 25개 자치구의 새로운 변화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은 젊은 구청장의 등장이다.
서준오 노원구청장(51)은 민선 9기 서울에서 가장 젊은 구청장이다.
그러나 나이만으로 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우원식 서울시의원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후 31년 가까이 정치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 보좌진을 비롯해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 비서실장,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의원 등을 거치며 정치와 행정의 여러 단계를 밟았다. 젊지만 가볍지 않고, 경력이 길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는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 구청장이 취임 이후 보여주는 행보의 핵심은 ‘낮은 소통’이다. 구민에게는 현장에서 귀를 기울이고, 직원에게는 먼저 다가가며, 구청장이라는 직위가 만들어내는 거리부터 좁히려는 모습이다.
취임 한 달 만에 맞닥뜨린 위기…마들역 거목 전도 사고
서 구청장이 구청장으로서의 책임을 무겁게 실감한 순간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찾아왔다.
지난 7월 30일 노원구 마들역 인근 동일로변에서 수십 년 된 대형 가로수가 쓰러졌다. 유동 인구와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지나가던 주민이나 차량이 나무에 부딪혔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 구청장은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해 정비 상황을 살피고 후속 조치를 지휘했다. 현장 주변 주민들에게 일일이 안부를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고 원인은 고령의 양버즘나무에서 발생한 줄기 밑동 썩음병으로 파악됐다. 노후 가로수의 위험성이 드러난 만큼 구는 가로변은 물론 공원과 녹지, 하천 등 생활권 수목 전반에 대한 생육 상태와 위험도 점검에 착수했다.
한 건의 사고가 행정의 안전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 셈이다.
서 구청장은 당시를 겪으며 구청장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토로할 만큼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구민의 안전은 행정의 최우선 가치이며, 행정은 구민의 안전과 안심 위에 신뢰를 쌓는다”며 “철저하게 점검해 근본적인 예방을 추구하는 동시에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체계를 확립해 구민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구청장의 역할은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주민이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행정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 있다. 마들역 가로수 사고는 서 구청장에게 현장 행정과 예방 행정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운 사건이었다.
카톡 답변부터 물컵까지…작은 관행에서 드러나는 소통 방식
서 구청장의 변화는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적인 행동에서 두드러진다.
직원들이 카카오톡으로 업무 관련 사안을 전달하면 직접 답장을 보낸다. “감사합니다.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이지만, 보고한 직원의 수고를 인정하고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구청장실의 풍경도 달라졌다. 회의 때마다 비서가 일일이 차를 준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물컵과 물을 미리 배치해 참석자들이 필요할 때 직접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배석자들이 편하게 앉아 메모할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했다.
사소해 보이는 변화다. 그러나 조직문화는 큰 구호보다 작은 관행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수고를 요구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이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물론 이런 행동만으로 조직문화의 실질적인 변화가 완성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보여준 배려가 업무 지시와 인사, 평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취임 100일, 직원들을 직접 맞이하다
서 구청장의 소통 행보는 취임 100일을 맞아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지난 10월 8일 아침, 그는 구청 1층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직접 맞이했다. 취임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며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지난 100일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예상하지 못한 구청장의 인사에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이내 밝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일부 직원은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경직된 출근길이 자연스럽게 웃음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 바뀌었다.
직원들에게는 구청장 명의의 감사 편지와 작은 백설기 떡도 전달됐다. 취임 100일을 구청장 개인의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노고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이런 행보는 직원들을 행정의 수동적인 수행자가 아니라 구정의 동반자로 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구청장의 메시지가 조직 안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직원들이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환의 복지·환경, 오승록의 자연·문화…이제는 경제 도약
서 구청장이 추구하는 변화는 조직문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원구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도 분명하다.
그는 최근 기자에게 민선 5~6기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 시기의 복지·환경 정책, 민선 7~8기 오승록 전 구청장의 자연·문화 정책을 언급하며 자신의 구정 방향을 설명했다.
서 구청장은 “김성환 구청장 시기에는 복지와 환경, 오승록 구청장 시기에는 자연과 문화가 주요한 방향이었다”며 “본인은 재건축·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창동 차량기지 바이오단지 개발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원구의 주거환경 개선과 미래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창동 차량기지 일대 개발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뿐 아니라 주민 의견 수렴, 사업성 확보, 교통·생활 인프라 확충,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 여러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바이오산업 역시 기업 유치와 연구·산업 기반 조성, 인재 확보가 뒷받침돼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젊음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소통이 성과로 이어져야
서준오 구청장의 취임 이후 행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나이보다 태도다. 51세의 젊은 구청장이지만 31년 가까운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과 직원에게 먼저 다가가고,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 앞에서는 구청장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현장에서 주민의 안부를 묻고, 직원의 메시지에 직접 답하고, 출근길에 감사 인사를 건네는 행동은 모두 소통의 다른 모습이다. 권위보다 대화를, 지시보다 존중을 앞세우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청장의 겸손한 태도와 좋은 조직문화는 행정 성과를 위한 출발점이지 그 자체가 최종 목표는 아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안전 수준을 높이고, 재건축·재개발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때 소통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김성환 전 구청장의 복지·환경, 오승록 전 구청장의 자연·문화 정책을 이어받으면서도 재건축·재개발과 미래산업을 통해 노원의 다음 단계를 열겠다는 서 구청장.
그가 보여주는 낮은 소통이 조직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행정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선 9기 노원구의 진정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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