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세, 7월과 다른 이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6~15일 2981억원

증시 급락에도 신용융자 잔고 33조 육박

단기 반등 7월보다 외인·개인 투심 위축

예탁금 감소세, ETF 저가매수 유입 둔화

19일 3% 넘게 급락하며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서서히 낙폭을 줄이며 장중 상승 반전해 57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19일 3% 넘게 급락하며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서서히 낙폭을 줄이며 장중 상승 반전해 57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코스피가 최근 급락하면서 ‘빚투(빚을 내 투자)’ 등 과도한 투자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우려된다. 최근 주가가 급락한 와중에도 ‘빚투’ 규모는 33조원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이달 들어 반대매매 규모도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강제 청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제 청산과 반대매매는 재차 주가를 누르는 악순환이 된다.

증권업계는 최근 코스피 하락세가 7월의 하락세와는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급락한 이후 단기 반등에 성공한 7월과 달리 현재는 외국인 거센 순매도, 개인 투자심리 위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 등 증시를 이끌 수급 주체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국내 증시의 벨류에이션은 여전히 매력적 수준이지만, 7월처럼 ‘브이(V)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는 증시 수급 상황 변화 등을 살펴보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누적 2981억원으로 집계됐다. 14일과 15일에는 각각 893억원, 805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7월 31일(122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높아졌다. 14일 반대매매 비중은 7.2%로, 7월 31일(7.1%)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초 2%대에 머물던 반대매매 비중은 13일 5.6%까지 오른 데 이어 상승세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갚아야 할 돈을 정해진 기한까지 갚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투자자의 동의 없이 주식을 파는 제도이다.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주식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했을 때 진행된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물량이 늘어나고 쏟아진 매도 물량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7거래일 만에 21% 급락했다. 1980년대 이후 같은 기간 코스피가 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사례는 1997년 12월(-25%), 2008년 10월(-31%), 2020년 3월(-25%) 등 세 차례뿐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진 만큼 추가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신용 매수가 집중된 코스피 지수대는 평균 6660포인트로, 지난 15일 기준 평가손실이 약 1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증거금률을 40%로 가정하면 담보비율이 140% 아래로 떨어져 추가 담보 요구와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증시 급락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1일 33조4808억원에서 15일 32조7499억원으로 2.18%(7309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8월 말과 9월 말에도 33조원 수준을 기록하는 등 최근 석 달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신용 물량이 쌓여있다는 점도 단기 저점을 열어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바닥 확인은 반대매매 피크아웃과 신용잔고 감소 등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7월과 달리 코스피가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의 거센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 투자심리 위축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까지 겹치면서 증시를 떠받칠 매수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7월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만큼 믿기 힘든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31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 폭등하는 등 빠르게 반등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탁금 감소와 상장지수펀드(ETF) 저가매수 유입 둔화와 함께 보면 이전과 같은 규모의 매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여건”이라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낼 시장의 완충 여력이 줄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은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투자자예탁금은 104조6644억원에서 96조9121억원으로 7.41% 감소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20% 넘게 줄었다.

김 연구원은 “7월과 같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외국인 매도 강도의 완화와 순매수 복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고점 대비 먼저 21%까지 하락한 한국시장은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매력적이나 선제적 브이(V)자 반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인공지능(AI) 자금조달 이슈를 중심에 두고 향후 추가 악화 가능성과 반등 트리거를 고민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이림 기자


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