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A2O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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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문화현상을 넘어 이미 국가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영상산업의 투자 위축과 특정 분야로의 자금 쏠림, 드라마 제작의 선순환 구조 붕괴,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창작자 권익보호와 기술 활용방안이라는 저작권 쟁점 등 지속가능한 발전 방행을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제 K-콘텐츠 사업은 콘텐츠 자체로의 접근 뿐만 아니라 경영학, 무역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심리학 등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는 종합 콘텐츠다. 경영학자들과 미디어학자들은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성장 요인과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한류 주역과 시장이 바뀌어도 새로운 성과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한국문화산업포럼과 (사)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주최로 지난달 23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추계 학술세미나 ‘한류 문화산업의 경쟁력과 미래방향, 정책 제안’은 한류의 경영학적 분석을 통한 미래 경쟁력을 진단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였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겸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의장은 ‘한류의 본질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류의 진화 과정과 미래를 설명하는 ‘창발적 문화산업 혁신 모형’을 제시했다.

한류에 대한 기존 연구가 주로 문화의 해외 확산과 혼종성, 팬의 능동적 참여, 정책과 기업의 역할, 플랫폼의 영향력을 밝혔다면, 이번에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실험과 수용자의 반응이 조직의 학습으로 이어지고, 다시 산업과 생태계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간적 연결에 주목했다는 것.

핵심은 한류의 경쟁력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협력 관계를 거듭 만들어내는 ‘재생적 혁신 역량’(regenerative innovation capabilities)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즉 ‘축적한 지식과 관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또 다시 만들어내는 역량’이 한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한류를 발전시킨 힘을 선제적 실험, 창의적 재구성, 팬과 시장의 분산된 선택, 조직·산업의 학습과 확장, 플랫폼 매개 공진화로 구성된 재귀적 순환(recursive) 과정에 의해 형성된 ‘재생적 혁신 역량’으로 설명했다. 창발적 문화산업 혁신의 이들 다섯 과정 모형은 다섯 과정의 연결과 반복 순환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S.E.S.의 일본 활동과 H.O.T.의 베이징 공연은 해외 관객의 관심과 함께 언어 준비, 현지 유통과 파트너십의 과제를 드러냈다. 보아의 일본 진출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반영해 한국의 육성·제작 역량과 일본 파트너의 시장 지식을 결합했다. 이 사례들의 의미는 해외 진출 자체보다 실험적 시도가 남긴 정보와 관계가 다음 기획에 활용되었다는 데 있다.

‘강남스타일’의 공유와 패러디, BTS 팬덤의 번역과 커뮤니티 활동은 수용자의 자율적 참여가 제작자의 예상을 넘어 콘텐츠의 의미와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작 경험의 조직화와 기업별 차별화는 산업의 선택지를 넓혔고, 유튜브·Beyond LIVE·위버스·비마이프렌즈 등 플랫폼은 공연과 팬 소통 관계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었다. 다만 서로 다른 사례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나 한 기업의 경험을 산업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독창적 작품이나 큰 흥행이 자동으로 다음 혁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친 시도도 미래에 가치 있는 지식과 파트너십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재생적 혁신 역량은 현재의 매출이나 인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장우 의장은 “하지만 이런 역량은 제작 방식의 경직과, 창작자·아티스트·팬의 피로, 지나친 플랫폼 의존으로 약화될 수 있다. 성공 공식을 반복하면 새로운 표현을 배제하기 쉽고, 참여자의 소진은 다음 창작의 기반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노출과 데이터의 규칙에 대한 의존, 위험과 보상의 불균형 역시 학습과 협력의 연결을 끊을 수 있다. 성공을 가능하게 한 강점이 오히려 다음 혁신을 막는 경직성(이카루스 패러독스)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각지의 창작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자국의 언어와 정서를 담은 콘텐츠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변화도 중요하다. 동남아 현지 음악과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음악의 성장은 관객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주간 톱10 내 자국(현지) 아티스트 점유율이 인도네시아 97%, 필리핀 81%, 태국 76%에 달한다. 과거 단순한 K-팝 ‘소비 시장’이었던 아시아 지역이 자생적 ‘생산 기지’로 급변해 K-팝에 강력한 대체재가 되면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류의 미래 과제에는 해외의 반감뿐 아니라 현지의 더 새롭고, 가깝고,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음악과의 경쟁도 포함된다. 이를 곧바로 K-팝 수요 감소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실험과 학습이 필요해지는 위기와 변화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끝으로 이장우 의장은 “한류의 미래 지속가능성은 세 가지 질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기존 성공 방식과 다른 작품·시장·협력을 실험할 여지가 있는가. 팬과 관객의 지지뿐 아니라 비판과 실패에서도 배워 다음 선택을 바꿀 수 있는가. 창작자·아티스트·팬·현지 파트너가 다음 시도에도 참여하도록 경험과 성과가 축적되는가이다”고 말했다.

기업은 프로젝트의 경험을 후속 창작에 활용하고, 효과가 없어진 관행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창작자를 새로운 가치의 공동 창작자로 대하고 작품의 방향과 성과를 나누는 협력도 중요하다. 정책 역시 단기 흥행과 수출 실적에 더해 인력의 성장, 다양한 실험과 지속적인 협력의 기반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처럼 한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끊임 없는 대화와 교류, 반영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 이장우 의장은 한류의 지속가능성은 현재의 영향력 자체보다는 세계의 창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다음 혁신에 참여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장은 전략적 제언으로 이수만 프로듀서의 ‘A2O SOULITE’처럼 단순 완제품 수출 방식을 탈피해 현지 제작 생태계에 직접 스며드는 글로벌 현지화, 초국적 프로듀싱 모델 도입을 제안하고, K-컬처가 특정 국가의 영향력 확장을 넘어 인류 보편의 평화와 글로벌 협력에 기여하는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K-컨센서스(K-Consensus)’ 구축을 제시했다.

이장우 의장의 발제는 한류의 진화발전을 개인과 기업 차원의 미시적 실험에서 조직·산업·생태계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한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명숙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K-컬처의 프리미엄화 방안:의식화된 소비(Ritualized Consumption) 모델적 접근’을 발표했다. 그는 팬덤의 피로도를 짚고, K-컬처가 서구 주류 사회의 ‘상징자본’으로 거듭나기 위한 ‘프리미엄 K-라이프스타일’ 육성 정책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무급 음원 스트리밍 총공 등 팬덤의 노동 집약적 감정 노동에 기반한 ‘확산적 가치 공창(Value Co-creation)’ 모델이 심각한 피로도와 번아웃을 유발하며 이탈율 가속화한다고 팬덤 리스크를 진단했다. 이어 서구 엘리트층이 자신의 지적 안목과 사회적 계급을 드러내기 위해 향유하는 프랑스 파인다이닝, 일본 오마카세와 같은 ‘상징자본(권위와 위신)’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 대체재 발생 시 휘발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상징자본화를 위한 3가지 전략적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의식용 인공물, 대본, 역할, 참관자의 4대 요소를 경험으로 패키징하는 ‘소비 의식(Ritual)’의 디자인이다.

뉴욕의 대표 파인다이닝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는 수십 년간 숙성된 씨간장(인공물)과 셰프 철학이 담긴 플래시카드(대본)를 매개로 한국 식문화의 시간성과 미학을 현상학적으로 체화하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가면 여백의 공간 통제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굿즈)를 통해 관람객의 일상 공간에 명상과 멘탈 웰니스 의식을 이식시킨다. 강원도 영월의 ‘더한옥헤리티지’는 도포 착용 의례, 전통주를 곁들인 ‘술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의 차경 속에서 고립과 비움의 의례적 경험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팬덤을 마케터에서 ‘문화 후원자(Patron)’로 격상시키는 전략이다. 대중문화 팬덤의 에너지를 순수 미술관 티켓 구매, 도록 소비, 전시 펀딩 등 순수 예술 생태계를 지탱하는 메세나 자본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박을 터뜨린 SFMOMA(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와 BTS RM의 전시회 협업이다.

세 번째는 지식 자본을 통한 강력한 락인(Lock-in) 구축 방식이다. 프랑스 내 ‘난중일기’ 강독과 한국의 ‘한(恨)·정(情)·선비정신’ 탐구 유행처럼 인문학적·철학적 사유 기반을 제공하여 영속적으로 전환비용을 창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문체부, 농식품부, 국가유산청 등 분절된 부처 장벽을 허문 부처 통합형 ‘프리미엄 K-라이프스타일 패키지’를 지원하기 위해 부처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전통 사찰·한옥·서원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와의 민관합작투자(PPP) 하이엔드 웰니스 거점을 조성하는 민간합작투자 웰니스 인프라 구축, 국가 문화유산 3D 데이터 및 고전 번역물을 전면 개방하는 ‘K-헤리티지프리미엄 오픈 아카이브’ 구축 등 공공 헤리티지 개방, 단순 수출액·조회수 중심에서 오피니언 리더 언급 빈도, 웰니스 공간 대기율, 메세나 펀딩액을 반영한 ‘K-프리미엄 지수(K-Premium Index)’를 도입하는 정책 핵심성과지표(KPI) 전환을 강조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한류국제대학 초대 학장 겸 ESG 메타버스발전연구원 원장은 이날 ‘한류 5.0 : K-컬쳐를 넘어 K-브랜드 시대로’ 발제를 통해 한류의 발전 단계를 ‘K-브랜드(5.0)’로 확장하는 5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한류 1.0은 K-드라마, 2.0은 K-팝, 3.0은 뷰티, 패션 등 연관 생활 소비재로 확장되는 생활문화 다변화, 4.0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연계, IP와 연계 상품의 본격 사업화 등으로 플랫폼과 산업이 융합되는 시대다.

문 교수는 문화적 호감을 한국 기업·제품·서비스의 지속적인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하여 ‘재구매와 수익·권리의 축적’을 이루는 확장 단계로서 한류 5.0 K-브랜드 시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10대 K-컬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6년 8조 5000억 달러에서 2030년 11조 6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류 5.0 K-브랜드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인증·물류) 확보, 고객 관계(사후지원·재구매율 관리), 독자적 IP 확보, 공헌이익 중심의 수익성 관리 등 기업실행, 단순 도달률 중심에서 탈피하여 ‘인증·상표·유통·사후지원’ 통합 바우처 지원, 해외 IP 권익 보호 체계 구축, 특성화 대학 연계 인재 양성 등 정책 지원 등의 과제들을 제안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K-컬처의 산업적 성장과 글로벌 확산 전략’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K-컬처의 성취에도 관련 산업 지수가 하락하는 ‘경제자본 퇴조’ 현상을 지적하며, 인접 산업과의 결합인 ‘K-컬처 신디케이션 전략’과 대안적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한국 작품들이 에미, 오스카, 그래미, 토니 등 글로벌 4대 주요 어워드를 석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K-콘텐츠의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31.37%나 폭락했다. 자본 시장의 유동성이 반도체 및 AI 등 기술 하드웨어로 집중 이탈하며 엔터테인먼트 상장사들이 극단적 디스카운트를 겪는 ‘문명자본 만개 vs 경제자본 퇴조’의 불균등 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위기 팩트를 진단했다. 이어 K-콘텐츠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서구 슈퍼 플랫폼의 수직적 공급망에 종속되어, 단순한 ‘호감(Like)’ 수준의 B급 서브컬처로 굳어질 위험을 경고했다.

심 교수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문화산업 3대 돌파 전략으로, 기존 슈퍼 플랫폼의 유통 독점에 대항하는 대안적 문화·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소격 효과 전략(Alienation Strategy)과 음악·영상 등 단일 콘텐츠의 장벽을 부수고, 엔터테인먼트, 푸드, 뷰티, 금융, AI 기술, 지식산업을 하나로 묶는 거대 산업 결합 생태계인 초대형 ‘K-컬처 신디케이션(Syndication)’ 구축, 서울·북경·동경을 연결하는 대규모 생산·소비 혼성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산업 간 오픈 R&D 인프라를 마련해 탈(脫)오리엔탈리즘을 실행하고 창작자의 사회적 책임 제고를 병행하는 ‘3경 팬네이션 클랫폼(클러스터 플랫폼)’ 및 오픈 R&D 구축을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는 창작자와 플랫폼·투자자·팬덤 간 건강한 상생 모델을 모색하고, K-컬처가 지속가능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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