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번째…본격 도전 발판 마련
내년부터 300여 국내 과학자 이용
‘1000조분의 1초’ 물질의 움직임
실시간 분석·관측하는 연구 가능
내년부터 국내 연구자들도 1000조분의 1초(펨토초)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관측하는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29일 준공식을 가진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그 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의 기초 과학 수준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도약의 길을 열어 제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이번 4세대 가속기 준공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노벨과학상 도전의 본격적인 발판을마련했다는 자신감도 확산되고 있다. 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찰나’의 순간까지 분석할 수 있게 돼 과학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배태민 미래창조과학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연구를 과거의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에서 혁신적 선도자(front-runner)로 전환하는 데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올해 12월 국내외 연구자가 참여하는 데모 실험을 거쳐 내년 3월경부터 이용자를 받는다.
현재 이용자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포스텍은 내년 1년 동안 최소 30여개 과제, 300여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가속기보다 국내 가속기로 연구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 미국의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1년간 성능 시험을 받는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세계 최대 생명공학센터인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은 우리 정부에 포항의 국내 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 연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4세대 가속기가 미국과 일본보다 최신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해외 이용자의 비율을 20% 정도로 제한하고 국내 이용자들에게 우선적인 사용권을 준다는 계획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의 가속기를 빌려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방사광 가속기가 국가간 공유하지 않는 첨단 연구장치라는 점에서 국내 연구자들의 이용에는 제한이 따랐다.
박용준 포항 가속기연구소 정책기획팀장은 “최첨단 가속기 보유는 한 나라의 기초 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번 국내 4세대 가속기 준공으로 그 동안 국내에서 얻을 수 없었던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으로 노벨 과학상 도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준공된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미래부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나노,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가속화해 고부가가치 미래 신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맞춤형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연료자동차 개발이 앞당겨 질 수도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찰나’의 순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세대 가속기로는 광합성의 결과만을 분석할 수 있는 데 반해 4세대 가속기는 에너지 효율 100%인 광합성 작용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어 미래 청정에너지원 및 이산화탄소(CO2) 저감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존 가시광선 광원에 비해 데이터 저장 및 처리능력이 향상된 고집적 반도체 소자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먼지 주범인 자동차의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저비용ㆍ고효율 자동차 촉매변환장치 개발도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현 기자/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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