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 서울 마포에 사는 김모(58)씨는 최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던 아파트를 거둬들였다. 내년에 장가가는 아들의 결혼비용을 마련하려고 보유 중인 아파트를 팔려고 했지만, 지금 팔면 손해라며 동창들이 매매를 만류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 내놓은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매일 전화가 오는 것을 보면 친구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김씨는 “아들 결혼 비용에 보태려고 파는데, 이왕 파는 거 좋은 값에 파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결혼 전까지 시간이 좀 빠듯하긴 하지만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8ㆍ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김씨처럼 아파트를 처분하려기 보다 보유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의 대책처럼 공공택지의 공급량이 조절되고 분양보증 예비 심사가 강화되는 등 주택의 추가 공급이 줄어들면 경제학의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주택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주택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21%로 전달(0.67%)보다 0.54%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9월 마지막 주에는 주간 상승률로서는 2006년 12월이후 최고인 0.35%를 기록했다. 정부 대책으로 매물이 귀해진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며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문제는 아파트값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 투자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힌 집단대출의 경우 아파트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대출 증가로 이어져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한 꼴이다.

특히 신규 주택공급이 대폭 줄어드는 내년에 입주난과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은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8ㆍ25 대책은 달궈진 분양시장과 수도권 집값 안정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무리한 추격매수는 자제하면서 부채상환 능력이 있는지, 내년 입주물량 증가에 대한 불안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