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종 중심 더치페이 급속 확산 한정식집 4주전과 매출 대비 18% ↓ 개인카드 이용액도 3.4%나 줄어
#. 사립대 교직원인 A(30)씨는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가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카드 스플리트’를 했다. 10만원을 조금 넘은 음식값을 점원에게 2만원씩 쪼개 달라고 부탁해 각자 계산한 것. 모임 참석자 대부분이 정부부처 사무관, 교사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괜찮다고 넘겼다 찝찝한 마음에 더치페이를 결정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하고 요식업종을 중심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등 후폭풍이 차차 현실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 최대 400만명에 이르는데다, 시행 초기,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여서 일정 수준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4일 BC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29일과 시행 4주 전 같은 요일인 지난 8월 31일∼9월 1일을 비교한 결과 요식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액과 이용건수는 각각 8.9%,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점업종에서도 9.2%, 6.1%씩 줄어들었다.
요식업종 중에서는 한정식집이 무려 17.9% 급감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중국음식점(-15.6%)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개인카드의 경우 4주 전과 비교해 요식업종 이용액은 3.4%, 이용건수는 2.4% 줄었다. 이처럼 요식업ㆍ주점업종에서 카드 이용액이 이용건수보다 감소폭이 큰 것은 건당 결제금액이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 김영란법 시행 전후 요식업종에서 법인카드의 건당 이용액을 보면 5만5994원에서 5만1891원으로 7.3% 감소했다. 주점업종은 15만6013원에서 15만0923원으로 3.3% 줄었다.
이에 대해 BC카드는 식사 가액기준을 3만원으로 정한 김영란법의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교시점을 김영란법 1주 전 같은 요일인 9월 21∼22일로 설정할 경우 카드 이용건수가 증가세를 보여 이를 뒷받침한다. 이 기간 요식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건수가 0.8% 감소했지만 개인카드는 0.3% 증가했다. 주점업종에서는 모두 2.0%, 2.1%씩 늘었다.
김영란법 이후 각종 더치페이 앱이 큰 관심을 끄는 것도 카드 결제액의 소액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KB국민은행 ‘리브’, NH농협은행 ‘올원뱅크’, 우리은행 ‘위비뱅크’,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등 모바일뱅킹 앱이 제공하는 더치페이, 간편송금 등의 기능 이용량이 늘고 있다.
간편송금 앱 ‘토스’나 각종 핀테크 업체들이 내놓은 더치페이 앱도 이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전체 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지난 8월 역대 최저인 3만8320원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김영란법으로 카드결제의 소액화가 더욱 심화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결제금액과 상관없이 밴사에 80∼120원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정액제 체제에서는 결제금액이 소액화될수록 카드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ㆍ롯데카드는 정액제를 적용 중이고 다른 카드사들도 아직 정액제를 일부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한ㆍKB국민ㆍ현대카드는 결제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되는 정률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다건 카드 결제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부각될 것”이라면서 “소비자의 편의는 늘어나더라도 카드사들은 서비스 유지에 적잖은 부담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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