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리포트’ 못쓰는 애널들…왜?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못하겠다고는 하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A씨는 “개미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에 매번 속으면서도 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업탐방 등 기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는 애널리스트와 기관 등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애널리스트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직업”이지만, ‘소신 리포트’는 어디 가고 장밋빛 전망 일색인 리포트에 ‘그 나물에 그 밥’인 베끼기 리포트가 난무하고 있다.

▶‘악재’ 알 수도 없고, 알아도 ‘못쓴다’=“베낄 수밖에 없어요” 1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증권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요즘 애널리스트 업계 현실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다.

“첫째는 실력이 없어서, 둘째는 정보를 알더라도 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제 갓 대학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들어가서 1~2년 정도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이 나오고 공식적으로 리포트를 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돼요. 말이 교육이지 복사만 하다가 덜컥 애널리스트가 되는 거에요. 자기가 맡은 종목에 대한 관점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 탐방을 가도 네트워크가 부족하죠.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결국, 리포트 짜깁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증권회사 인력이 대폭 축소된 것도 부실 리포트ㆍ베끼기 리포트 양산 원인으로 꼽았다.

“업무가 집중되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 거죠. 제대로 실력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안 되니까 베끼는 거에요. 그래서 기업 홍보(IR) 자료랑 똑같은 리포트도 나오는 겁니다.”

애널리스트도 할 말은 있다. 현재 한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기업탐방을 가도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예상 실적 정도”라며 “미공개 정보 접근이나 유출이 더 민감해졌기 때문에 우리도 악재를 알 수도, 분석해 내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설사, 악재를 알더라도 쓸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악재도 미공개 정보 중 하나인데, 미리 알고 리포트에 썼다면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벌써 쇠고랑 찼을 겁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의 항변이다.

기업탐방에서 얻은 공개정보로도 ‘소신 리포트’를 쓰기란 어렵다. “실적발표 전에 기업탐방을 가면, 시장기대치(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쓰면 항의가 들어올 게 뻔하다”며 “매도를 쓰는 순간 기업탐방부터 애널리스트 평가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교보증권에서 하나투어 ‘매도’ 보고서가 나오자 하나투어측에서 기업탐방을 거부해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알아도 쓸 수 없는 고충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쓰나 눈치를 보다가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으로 글을 맞추게 된다”며 “정보를 알아도 몰라도 결국 베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베끼기 리포트에 개미 투자자들만 속고 또 속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개미는 죽어나고, 애널들도 나름대로 고충 시달려… 대안 없나=‘갑’에 휘둘리는 애널, 이에 치이는 을 중의 을 개미…. ‘매도’ 리포트가 실종된 증권가 리포트의 대안은 없는 걸까.

한 증권사 리서치팀 관계자는 “‘김영란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애널리스트와 기업은 갑을 관계이자 뼈 깊은 유착관계”라며 “기업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리포트를 써주고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기업탐방 등에서 특혜를 받기도 하는데, 이것도 부정청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직자와 언론인에게 적용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을 적용해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끊어햐 한다는 해법이다. 또, 애널리스트를 증권사에서 분리시켜 독립적인 개체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신리포트를 요구하고 애널리스트를 비난하기 이전에 외부 압력으로부터 그들의 독립적인 위치를 확보해줘야 한다”며 “증권사 리포트에 담을 수 있는 정보를 차등화해 암거래는 막고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정보를 얻게 하는 정보제공 체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