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를 들썩이게 하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롯데, SK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유독 이 호재에 반응을 보이면서 코스피도 이에 따라 춤추는 양상이다.
몇 년간 ‘박스피(코스피+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는 데다가 저성장 기조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일면서 국내 주요 그룹주 중 일부 종목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배구조 수혜주’계에서 ‘대장주’는 단연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2일 연중 최저치(11만4000원)을 찍은 이후 4개월여 만에 45% 가까이 올랐다. 전날만 해도 전 거래일 대비 0.61% 오른 16만5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증권가 안팎의 분석은 지난 6월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바탕이 됐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대주주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여기서 나타날 수 있는 인적분할은 자산의 효율적 분배를 통해 사업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이고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주가에는 ‘호재’가 되는 셈이다.
이달 초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분할 및 지배구조 개편 요구로 삼성물산이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엘리엇의 요구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매수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주회사 제도의 개선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삼성물산의 상승세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회사 조건 확대, 가치평가 기준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은 강제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삼성그룹은 의도치 않게 나타날 수 있는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개정안 통과 여부 가능성을 살피는 것은 물론 사전적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주가가 상승곡선을 탄 건 삼성그룹만의 얘기가 아니다.
롯데그룹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전환 등 조직 개편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일주일간 롯데제과(10.57%)와 롯데쇼핑(2.42%)의 주가도 뛰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변환을 주도하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롯데 상장을 지배구조 변환의 시작으로 삼을 때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도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최근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언급되면서 주가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수혜주로 꼽힌 SK,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반짝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에는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 전환 핵심 계열사로 꼽히며 52주 신고가 행진을 벌였다. 이는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두드러진 데 따른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들썩이는 종목이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주에 속하면서 해당 이슈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요소로도 꼽히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그룹사별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 전까지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투자자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프리미엄이 핵심 투자포인트였다면 앞으로는 자회사의 분할과 주주친화정책, 지배구조 개선 등이 주요 투자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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