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한 신용등급 공개 가능성 자금조달 비용 파장 설왕설래
정부가 신용평가 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자체 신용도를 당장 내달부터 공개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가능성 등으로 신용도에서 1~2등급가량 후한 평가를 받았던 시중은행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부터 민간 금융회사에 한해 자체 신용도가 시장에 공시된다.
자체 신용도란 모기업과 계열사 등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채무상환 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신용평가사들은 자체 신용도에 정부나 계열사 등의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세부 등급을 조정해왔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계열사 지원 여부 등이 최종 평가에 반영돼 실제 채무상환 능력보다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은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려는 금융당국의 지원 사격을 고려해 자체 신용도보다 1~2노치(notch, +ㆍ0ㆍ-로 나뉘는 등급 단위) 높은 등급을 받아왔다. 즉 특정 은행의 채무 상환 능력만 고려하면 A+ 등급이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나 계열사의 지원을 고려해 최종 등급은 AA-나 AA 등급을 받아 온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가 11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 74곳을 대상으로 자체 신용도와 최종 신용등급을 비교한 결과 10곳 중 7곳(70.3%ㆍ52개사)이 자체 신용도보다 최종 신용등급이 높았다. 특히 자체 신용도와 최종 등급 차이가 2노치인 3개사가 모두 은행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신용평가 자료가 있는 105개 금융회사 중 61%(64개사)가 자체 신용도보다 1노치 높았고, 6.6%(7개사)는 2노치의 차이를 보였다. 은행은 모두 자체 신용도보다 최종 등급이 1~2노치 높았다.
은행이 후한 신용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융업계 중 유일하게 정부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 평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업의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부실이 발생했을 때 공적자금 등을 통해 지원했던 과거의 사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내달부터 은행의 자체 신용도가 공개되면 1~2노치 하락한 신용도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은행에 신용도 후광이 사라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은행 계열 카드채나 리스채 등의 가격이 내려가는 등 자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은행업의 특성상 모기업이나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전히 최종 신용등급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팽팽 맞서는 상황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은 신용도가 높아 1~2단계 낮은 자체 신용도가 공개되더라도 자금 조달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달 비용이 다소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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