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은 탈당 보류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를 중심으로 27일 출범한 ‘개혁보수신당’이 정책적 정체성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ㆍ증세 등 과거 진보적으로 여겨졌던 의제가 보편화한 가운데, 야당보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국민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핵심이다. 그러나 민생ㆍ경제 분야에서의 ‘좌클릭’은 곧 보수성향이 강한 동료의원이나 당원, 유권자의 지지 철회를 부르는 딜레마가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개혁보수신당이 보수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던 폐해를 걷어내고,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을 담아가는지 신중하게 지켜보고 합류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새누리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면서도 제1차 탈당 동참은 보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나 의원은 앞선 원내대표 경선에 비박계 대표로 나서 친박(親박근혜)계 정우택 의원과 일전을 벌였던 인물이다. 비박계 핵심이 탈당 대오에서 이탈한 셈이다.
나 의원은 개혁보수신당의 진보적인 정강ㆍ정책 탓에 이런 선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신당의 정강ㆍ정책을 당초 나 의원이 맡기로 했지만, 또 다른 핵심축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합의된 당론처럼 전해지며 나 의원이 탈당을 보류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실제 유 전 원내대표는 “복지수준을 올리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라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장기적 검토 등을 언급했다. 모두 진보적 의제다.
신당의 초대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주호영 의원 역시 낡은 보수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혁신적인 면모를 갖추는 데 신당의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보수신당은 새누리당의 축소ㆍ복사판이 아니라 ‘대안 세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를 제외한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신당은 안보와 대북 정책은 보수정당의 가치를 그대로 지향할 전망이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현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입장이 다르지 않으리란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28일 열리는 ‘정강ㆍ정책 토론회’가 추가 탈당 규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곳에서 법인세율 인상 등 진보냐 보수냐를 가를 ‘뜨거운 감자’가 정리돼야 나 의원처럼 1차 탈당을 보류한 이들이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혁보수신당의 두 축인 김무성 의원과 유 의원의 엇갈린 ‘개헌론’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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