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前 실시한 국내승객 안전의식 봤더니

가장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에…“승조원지시” 56% “선내방송” 17% “선내 안전교육 인지” 14% 그쳐…세월호 희생 유추 단서 주목

안내 방송 “제자리 지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이를 따랐는데도 수많은 젊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이 안타깝고도 이율배반적인 ‘슬픈 현실’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여객선을 이용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운항 중에 재난을 당한다면 승조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밝힌 조사 결과가 30일 소개됐다.

실제로 세월호에 탄 승객 대부분은 이 조사 결과처럼 승무원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고, 정작 선장 등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 속에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해 대참사가 발생했다.

한국해양대 황광일(기계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인 지난 2월21일과 22일 제주여객터미널 등지에서 여객선 15척에서 막 내린 394명을 상대로 ‘국내 여객선 승객의 선박 안전 의식 조사’를 했다. 이 조사 결과는 최근 한국마린엔지니어 학회지에 공개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재난 때 가장 효과적이고 유효한 피난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승객 56%는 ‘승조원의 지시’, 17.3%는 ‘선내 방송’이라고 답했다. 비상표시등(16.8%), 피난경로지도(9.4%)가 뒤를 이었다. 승객의 73.3%가 승조원의 지시나 안내에 따라 행동하는 게 가장 안전하게 대피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황 교수는 “세월호 사고 때 승객 대부분이 ‘제자리를 지키라’는 선내 방송을 따라 선실에 남아 있다가 큰 희생으로 이어진 것에서 보듯이 승객들은 승조원의 지시나 안내를 굳게 믿기 때문에 긴급 상황 때 선원들의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승선 중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재난이나 위험상황으로는 침수ㆍ침몰(60.9%)을 꼽은 승객이 최다였다. 이어 화재(21%), 난파 (14.1%) 등의 순이었다.

특히 조사대상 승객 가운데 14.6%만이 방금 내린 여객선에서 진행된 안전교육을 인지했다고 답했다. 여객선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비행기 탑승 경험이 있는 여객선 승객의 60.8%가 승무원에게서 비상시 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황 교수는 이에 “여객선에서 이뤄지는 안전교육이 승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난하는 데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통로 혼잡, 병목현상(25.0%), 화재로 인한 연기(24.7%), 탈출경로 모름(21.2%), 화염(15.9%), 여객선의 흔들림(12.1%) 등이 거론됐다. 승객을 위한 피난관련 매뉴얼 개발과 교육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76.6%가 그렇다고 답했다.

부산=윤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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