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사에 1분기 경영마비 우려 수뇌부 사법처리땐 최악 위기 총수 뇌물죄는 신중 판단 목소리 기업활동 위해 불구속기소 합리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고강도조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특검은 다른 기업 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함께, 재계 총수 들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외신들도 재계 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삼성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특검조사 결과 문제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원칙적인 처리가 불가피하지만, 박 대통령을 겨냥, 재계 총수들을 섣불리 뇌물죄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경제위기속에 재계 총수들마저 구속될 경우 리더십 공백과 경영중단으로 재계가 위기국면에 급속히 빨려들어갈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특검이 그룹수뇌부 모두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리더십이 실종되는 최악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리더십 공백 우려= “삼성은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로이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됐던 지난 12일.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통신, CNN 등 주요 외신은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가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삼성이 위기에 빠졌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이제 외신의 관심은 특검 조사를 마친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다. 삼성으로서는 글로벌시장에서 힘들게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가 동시에 추락하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는 시계제로다. 경영위기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을 둘러싼 난관을 헤쳐나가야하는 리더십 공백이 생길 우려가 커져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를 일괄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경우 국내외 400여개 사업장과 58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은 경영공백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검 수사의 칼끝 앞에서 연간 매출 270조, 시가총액 400조의 삼성이 멈춰서게 되는 것이다.

13일 오전 22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특검 사무실을 빠져나온 이 부회장이 가장먼저 향한 곳은 서울 서초사옥이다. 이 부회장은 서초 사옥에 도착한 직후 41층 집무실로 바로 올라가 회의를 소집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 이후 서초사옥에서 대부분 비상대기했다.

이 부회장은 출근 직후 주요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그룹 현안과 특검 수사 대비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샘조사에 지친 이 부회장이 귀가 대신 출근을 택한 것은 현안이 산적한 그룹의 위기상황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삼성의 경영시계가 멈춘 것은 지난해 11월 8일이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그룹 서초사옥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검 수사 기간이 한달 연장될 경우 3월말까지는 경영활동에 상당히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사실상 1분기를 공회전해야하는 셈이다.

당장 일상적인 경영활동도 지장받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3일 오전 에어컨 신제품 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으로 인해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삼성은 계열사들의 연간 경영전략을 확정할 여유도 없는 형편이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아직까지 투자, 고용 등 신년 사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기약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삼성의 신성장동력을 위한 사업재편이나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전환작업도 잠정 중단됐다.

반면 국내외 시장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삼성의 최대매출처인 미국 시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해 30~50%대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중국 정부도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시화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시기에 삼성은 특검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수뇌부 전원 사법처리, 최악의 위기 빠질 수도=삼성 경영진 사법처리에 대해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3년여만에 최대위기를 맞게 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미래전략실 수뇌부까지 사법처리될 경우 계열사 전략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는 사실상 붕괴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룹 1,2인자를 포함한 수뇌부가 모두 사법처리될 경우 리더십이 실종되는 최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특검이 혐의를 확신한다하더라도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기업활동을 병행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