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어느 봄날, 파스텔톤의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도로 양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색 풀밭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어느새 연녹색 소나무 옷을 입은 산이 나를 반겨준다. 바람에 몸을 맡겨 도착한 곳, 바로 팔레스타인 헤브론이다.
반년 전, 이곳으로 출장을 온 한국 수출업체와 나는 현지 바이어로부터 생각지 못한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성대한 결혼식은 다양한 행사와 함께 4일간 진행됐다. 이곳에서 팔레스타인의 오랜 전통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비즈니스의 성패가 갈린다는 명확한 깨달음도 얻게 됐다.
팔레스타인의 전통적 가치는 크게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 가부장제에 기반한 가문의 강력한 유대감이다.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을 보면 알 수 있다. 부계와 혈연으로 맺어진 2만 여명의 가문 사람들 중에서 약 1000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국가의 행정화, 경제 발전에 따라 혈족이 주는 유대감과 결속감이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전히 가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둘째, 손님 환대와 약자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황에서 빚을 내서라도 손님을 극진히 대접했다고 한다. 가옥 구조 또한 내실과 구분된 별도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이 집집마다 있다.
셋째, 명예를 중시하는 가치관이다. 팔레스타인인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행동하는 가치관이 있다. 용서나 화해의 방법이 될 수 있고, 불가피한 복수가 수반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가끔 뉴스에 보도되는 여자의 정조와 관련된 명예살인도 이에 포함된다.
앞서 말한 3가지 전통적 가치관을 유념해 산업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은 영토의 대부분이 돌산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환경으로, 채석과 석재산업이 국민산업이자 국가를 이끄는 제1의 제조업으로 발전돼 있다. 석재산업은 매출기준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270개의 채석장과 600개의 석재공장이 석재나 건설장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팔레스타인의 중고차 수입은 전년대비 40% 증가했으며, 인구당 차량 비율이 약 51명당 1대로 경제 성장과 함께 자동차 산업 규모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1인당 개인 소득이 5000달러에 이르며, 이는 자동차 구매가 급증하는 임계점으로 잘 알려진 만큼 경제적 조건도 충족된 상황이다.
한국의 대 팔레스타인 수출 규모는 연 2억 달러 수준이다. 이 중 중소기업 수출이 1억 달러인데, 중고차 수출이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면, 아직 진출한 수출품목보다 진출해야 할 수출품목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성공적인 해외진출의 시작은 바로 팔레스타인의 전통적 가치관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기보다 진실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그제서야 비로소 비즈니스는 시작될 것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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