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인증평가를 담당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신임원장 선출 절차를 시작한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임 원장을 뽑지 못하자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후임 원장 선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져 공모절차에 들어갔고, 이때 공모한 3명 가운데 국립의대 K교수와 사립의대 L교수가 각각 1,2순위 후보자로 뽑혀 복지부에 추천까지 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명확한 이유도 없이 후임 원장 선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증원 정관에 따르면 복지부의 인사검증이 끝난 후 이사회에 후보를 올리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원장을 선출하면 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복지부의 공모 후보자 대한 인사검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사검증에만 수개월이 소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석승한 현 원장은 임기가 지난해 9월 끝나고도 지금까지 계속 근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증원은 재단법인이긴 하지만 국고가 50% 이상 들어가고 공공적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굉장히 중요한 조직”이라며 “아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아 인증원 이사회에 올릴 안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복지부가 시간끌기에 의혹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추천 후보자가 별 문제가 없다면 절차를 거쳐 이사회 의결 과정을 밟으면 되고 적합한 인사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임원추천위원회에 다른 후보를 추천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은 적어도 결산을 위한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다음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다른 관계자는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현재로선 재공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후임원장 선출이나 혹은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인증원 임원선출은 정관상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해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면 된다. 그런데 2순위로 추천됐던 L교수는 “지난 8월께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원장공모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물어보려 한다’며 재산 형성, 탈세, 본인과 자녀의 병역 내역 등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오랜기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인증원에 진행과정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복지부에도 비공식 경로로 알아본 결과 ‘청와대 결정을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공정한 인증평가를 위해 정부 산하가 아닌 민간기구형태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인증원이 원장 인사를 놓고 복지부를 쳐다보고 , 복지부는 또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인증원과 복지부는 이미 정관상 원장 선출과정을 위반한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정관에 명시된 공모절차가 있음에도 따로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하고 인선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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