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주창 트럼프 리스크에 작년 11월 이틀간 시총 1조 빠져 美에 5년간 31억弗 투자 반전노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고꾸라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는 보내고 새해 통 큰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시동을 걸었다.

19일 코스콤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시가총액은 33조9226억원으로 올해 들어 7000억원(5.13%)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52주 신저점을 찍었던 10일(28조4157억원) 기점으로는 5조5000억원(19.3%)이 불어났다.

지난해 현대차는 장기 파업으로 인한 공장가동률 저하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데다 미국 YF소나타 리콜 소송 합의까지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지난 11월 SK하이닉스에게 엎치락뒤치락 끝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어주는 굴욕까지 맛봤다.

위기는 또 한 번 찾아왔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멕시코 생산 공장 관세 폭탄 우려에 11월 9일부터 10일 이틀간 시총 1조원이 빠져나가며 주가도 -6.85% 주저앉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곧바로 신형 그랜저 IG를 출시, 대형SUV 전망 호조 등으로 다시 주가를 회복하며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는 전날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도요타(100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로 멕시코 생산시설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시대 개막에 앞선 긍정적인 검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강행, 공약대로 멕시코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최근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도요타가 멕시코에서 미국 수출 차량을 생산하는 데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 이러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앨라바마(38만7000대ㆍ현대차)와 조지아(37만2000대ㆍ기아차)에 합산 75만9000대 생산 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현지판매는 이에 두배에 이르는 142만4000대 수준으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53%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포드(93.4%), 혼다(80.0%), GM(69.5%), 니산(64.8%)과 더불어 산업 평균(67.5%)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이번 미국 공장 신설로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일본 차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 공장 신설로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미국 2공장 건설 시 2020년 순이익은 6800억원 증가해 2016년 대비 11.8%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공장 가동률 위축이라는 딜레마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남아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에 맞춰 선제적으로 투자를 발표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국내공장 가동률 위축, 기아차 멕시코공장 추가투자 보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추가공장 결정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이은지 기자/leu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