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60억원대’ 사기 혐의(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구속 수감 중인 탈북자 출신 사업가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전 총리는 3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주요 대권주자에게 긴급 경제현안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회담을 가진 직후 열린 것이여서 ‘국민의당 입당설’이 제기됐다. 정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독자 노선으로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그 길을 걷다가 어떤 정치 세력과 동반성장에 관해 의기투합하면 거기와 힘을 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자회견 직후 터졌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중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시절 ‘한성무역 한필수 대표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필수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2002년 탈북한 한 대표는 ‘한성무역’이라는 기업을 세워 중국에 매달 20억원 이상 수출하는 등 ‘성공한 탈북 사업가’로 유명해졌다. 중소기업청은 두차례나 ‘경영혁신형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했다.
한 대표는 지난 2014년 3월 은행 대출금과 탈북자의 투자금을 갖고 돌연 잠적했다. 피해가 확인된 탈북자만 197명, 138억여원. 일반 투자자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1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일선 경찰서에 안보강연을 돌면서 탈북민에게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방조했다면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총리도 ‘한필수의 사기 행각’에 한 몫 했다. 동반성장위원장 시절인 2012년 3월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성무역을 직접 찾아가 한 대표를 격려하고 사업장을 살펴봤다. 한 대표는 정 전 총리와 찍은 ‘인증샷’을 회사 홍보에 활용했다. 이는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정 전 총리가 투자자 유치를 위한 좋은 홍보자료가 된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반성장위원장 시절 한성무역 한필수 대표를 지원해 사기를 당한 탈북자와 국군포로가 많다. (한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고 그것을 믿은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해명을 듣고 싶다”는 질의가 나왔다.
정 전 총리는 당황한 듯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 전 총리는 재차 이어진 질문에 “제가 누구를 지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죄송하다. 제가 지원을 했느냐. 나중에 다시 알아보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가 한 대표와 한성무역을 직접 지원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다. 다만 경제전문가이자 동반성장을 이끌어온 수장으로서 기업 현장을 방문할 때 해당 기업의 동향 등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정 전 총리 측은 '한성무역 한필수 대표 지원설'을 일축했다. 한 대표가 정 전 총리의 사진을 홍보자료로 활용했다면 정 전 총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중기청이 추천해준 '우수중소기업' 150여 곳을 돌아다니며 격려했을 뿐 특정한 기업을 지원한 적은 없다"면서 "동반성장위는 기업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고 이는 중기청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안 찍어줄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면서 "정 전 총리도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test102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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