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은 대안이 될 수 없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사전 제작 드라마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국내외에서 대박을 친 ‘태양의 후예’를 제외하면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 ‘안투라지’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 ‘화랑‘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중에는 혹평과 외면을 받는 드라마들도 있다.

사전제작이건 동시제작이건, 완성도가 높고 흥미로운 대본과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연출에 좋은 배우들의 연기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쪽대본에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시스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을 때,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은 사전제작이었다. 그런데 예상한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쪽대본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모든 것을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사전제작 드라마에도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는 작가나 PD, 제작사 등 제작진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사전제작에 참가한 한 드라마 작가는 “사전제작때가 동시 제작때보다 더 많은 원고량을 소화해야 했다”고 시간에 쫓긴 경험을 밝혔다.

또 사전제작 드라마가 완성도와는 별개로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것은 시청자의 정서가 빨리 바뀐다는 점이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대중 정서와 감정이 빨리 바뀐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빛의 속도로 바뀐다”고 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편성도 중요하다. 운으로 맡길 수만은 없다. ‘사임당’은 방영 시점이 계속 연기되면서, 박혜수 양세종 등 신인들이 다른 드라마를 통해 모두 공개돼 참신함도 떨어지고, 음악을 하다 처음 연기에 도전한 박혜수는 연기력 논란마저 일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편성 덕을 보지 못한 예중의 하나가 ‘W‘와 함께 편성된 ‘함부로 애틋하게’다. ‘W‘는 지금까지 본 적 이없는 무맥락이 새로운 맥락 드라마로 참신하고 세련됨을 보여주자 ‘함애’는 상대적으로 더욱 진부하게 느껴졌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무려 30부작이다. 갈 길이 먼데 3회에서 꺾여버렸다. 4회부터는 질 좋은 고려종이를 만드는 운평사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육 등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만 너무 뜸을 들였다. 스토리 전개 방식도 무겁다. 타깃층도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연결고리도 애매하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이런 단점들을 수용하는 게 쉽지 않다. 4회까지만 보고 30부작 ‘사임당‘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혹평이건 호평이건 사전제작드라마의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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