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말기 문인 홍자성의 어록 채근담(採根譚)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을 대할 때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늦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는 뜻이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휴대폰 덮개에 붙여 늘 품고 다닐 정도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는 구절이다.
김 행장은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내 위주가 아니라 상대방 위주로 하다 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게 된다”며 “채근담 구절을 늘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행내 후배들 사이에서 ‘도진스키’로 통한다. 김 행장의 이름 ‘도진’에 러시아식 이름인 ‘스키’를 붙인 것이다. 체격이 러시아 사람을 연상하게 할만큼 건장하고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이 뛰어나서다. 후배 직원들과 격이 없이 잘 어울리고, 술잔도 자주 기울인다.
최근에는 행내 부장단 모임인 ‘기사모(기업은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부행장들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행내 업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실무 책임자인 부장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다. 그는 기사모에 참석한 첫 행장이다. 김 행장은 사회자의 마이크를 뺏고 연설 대신 술잔을 들었다. 김 행장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70여명의 부장들과 일일이 고량주 잔을 주고 받았다.
호인(豪人)이지만 상당히 전략적이고 치밀한 점은 김 행장의 또다른 면모다.
지점장 시절 김 행장은 고객을 확보하려고 직원들을 2인 1조로 팀을 짜 한곳으로만 점심을 먹으러 가도록 했다. 1조의 영업점 직원들이 특정 순댓국집만 가면 다른 1조는 분식집, 또 다른 1조는 중국집만 가는 식이다. 식당 주인들은 매일 오는 은행직원들에게 자연히 관심을 보이게 됐고, 그때 직원들은 이들에게 은행을 소개했다. 그 지역 식당에 기업은행 달력이 걸려 있다면 이미 그 식당은 기업은행의 고객이 됐을 것이라는 게 김 행장의 설명이다.
경영전략본부장 시절에는 여자 배구단 ‘알토스’를 창단했다. 알토스 창단 전까지 국내 여자배구는 고작 5개 팀이었다. 팀이 홀수이다 보니 경기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모기업도 건설, 정유, 생명보험 등으로 은행팀이 없었다. 김 행장은 여자배구단을 창단하면 비용 대비 홍보효과가 클 것으로 봤다.
2011년 창단된 알토스는 박정아와 김희진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며 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이제는 국내여자배구 리그 최강팀으로 꼽힌다. 여자배구는 지난 올림픽 스타 ‘김연경’의 활약 등에 힘입어 남자배구 이상의 인기를 구가 중이다. 애초 김 행장이 예상했던 이상의 효과를 발위하고 있는 셈이다.
김 행장은 “현재 여자 고교 중 배구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16개로, 일본의 3000개에 비해 형편없이 적다”며 “아마추어 인프라가 부실한 현실에서 여자배구 국가대표들이 일본을 이기는 것은 정말 잘하는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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