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267만 가구 16.3% 서울 2490동 중 C등급 868동 방치 땐 슬럼화 사회불안요인 도시재생과 함께 해결해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새 정부가 노후주택 정비를 통한 도시재생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택유형에 따른 지원의 폭을 넓히고 빈집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하는 과제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원)은 ‘차기정부 건설 및 주택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존 노후주택 정비방식이 존재하지만, 재원이 부족하거나 불확실한 정책 탓에 곳곳에서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허윤경 건산원 연구원은 “노후주택에 대한 보편적 지원은 이미 재정 부담을 넘어선 상태”라며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가 가능한 사업지는 정책적인 지원으로 재정 부담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비율은 16.3%로 267만 가구에 달한다. 노후 주택의 범위를 20년 이상으로 넓히면 비중은 43.8%(716만 가구)로 급증한다. 두 집당 한 집이 20년을 넘어선 셈이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등 1990년대 초반에 대량 공급된 1기 신도시의 단지들의 노후화는 진행 중으로, 향후 증가는 불가피하다.
일부 지역은 재건축ㆍ재개발을 통해 새 옷을 입는 과정이 한창이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정책의 유예 여부에 따라 지역별로 온도차는 큰 상황이다. 지역 해제 여부를 놓고 소송전이 일어나거나 낮은 사업성으로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대다수다. 강남권 등 소위 ‘돈이 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업의 진행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서울시가 진행한 노후아파트 안전점검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4년 1887동에 그쳤던 30년 이상된 노후아파트는 2015년 2112동에서 지난해 2490동으로 증가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한 CㆍD등급은 894동에서 898동으로 소폭 늘었다. 역설적으로 정비사업이 활발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와 민간의 참여가 저조한 지방도시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리모델링 사업이 지지부진한 동시에 빈집의 정비사업도 난맥상이다. 올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해 법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빈집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2015년부터 6개월 이상 수도 기본요금이 부과ㆍ고지된 세대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빈집으로 추정되는 가구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1만9327가구였다. 전년 동기(1만7966가구) 대비 7.6% 늘었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 물량과 신고되지 않은 다세대 주택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점쳐진다.
정책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의 노후도를 평가해 최대 950만원까지 개량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소득인정액 한도부터 현장실사의 충족여부 등 조건이 까다로워 실적은 미미하다.
재원 부족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건산연은 30년 이상된 노후 주택의 개보수를 위해 가구당 100만원씩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노후주택의 방치는 슬럼화로 사회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불황 가능성을 높인다.
허 연구위원은 “일본은 기존 주택의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가 장기 불황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신축 주택 중심의 시장이 형성됐다”면서 “최근에서야 기존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리폼과 거래촉진 지원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소외된 지역일수록 세제ㆍ금융 등 다각적인 공공지원 수단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재준 아주대 교수는 “스마트시티 형태로 구도심과 신시가지를 융합하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 것”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에 컨소시엄을 엮어 재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도시재생은 노후주택 정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민간의 참여를 위한 규제 완화가 과제다. 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사업의 불확실성도 해소되기 떄문이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지역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규제를 완화해야 뉴딜정책이 설공할 수 있다”며 “일본과 싱가폴 등 선진국가들이 규제 완화로 도시개발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듯 민간의 성장판을 열어야 포괄적인 도시재생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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