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ㆍ최준선 기자] “문재인 후보님, 제 존재를 반대하십니까.”
26일 낮 12시,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행사를 마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무지개 깃발’을 든 남녀 10여명이 달려들었다.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한다.
“사과하십시오. 성소수자도 대한민국 시민입니다.” “저희도 사람입니다.” “만나달라고 할 때 안 만나주고….”
문 후보는 이들이 접근하자 피하지 않았다. 경호원들이 뛰어들면서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성소수자 일부는 문 후보의 멱살을 잡는 듯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멱살 잡힌 것은 아니다”고 확인했다. 이 와중에 행사는 계속 됐다. “기념 촬영하겠습니다. 자리를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보는 문재인!”
경호원들은 무지개 깃발도 뺏었다. 국회 경내에서 피켓 등을 들지 못하게 한 규정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문 후보는 행사 마지막 순서인 기념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성소수자들은 행사장에서 쫓겨나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쳤다. 성소수자들은 바닥에 드러누우며 항의하기도 했다.
“문 후보님, 제 존재를 반대하십니까.” “문 후보는 정중히 사과하라. 앞으로 모든 행사에 이렇게 (따라) 갈 것이니까.” “누군가의 존재를 삭제하는 것이 적폐청산이냐. (군대 내 동성애로) 국방력 약화를 걱정한다면 방산비리나 신경쓰십시오.”
성소수자는 문 후보를 맡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측 장서연 변호사가 나섰다. 장 변호사는 “이성애에 반대하지 않듯 동성애는 찬반 대상이 아니다”면서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무슨 정책을 펼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장 변호사는 특히 “노무현 정부 때 했던 약속,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해달라”면서 “문 후보가 성소수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생방송에서 국민에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이 잘못됐다”면서 “성소수자도 대한민국 유권자고 촛불집회에 매번 참석해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문 후보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묻자 “동성애가 불법이냐”면서 “동성애는 합법ㆍ불법으로 나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기습 시위’를 벌인 성소수자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현행범으로 모두 연행했다. 성소수자들은 이 과정에서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성소수자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어제(26일) 문 후보의 발언을 듣고 제 친구들은 충격과 공포로,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면서 “성소수자 인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앞서 문 후보는 25일 열린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각하다. 전력을 약화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홍 후보가 ‘(같은 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청 앞에서 (동성애 행사를) 허용한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차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그것(동성애)을 인정하는 것이 같으냐”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가 ‘동성애 반대죠’라고 재차 묻자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test102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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