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국정농단 주범(主犯)으로 지목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일 첫 재판에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확보한 증거기록이 12만 페이지에 달해 복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경호 문제를 들어 직접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단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공범(共犯)으로 기소된 최 씨 측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의 현안을 전혀 모르고 박 전 대통령과 총수들의 독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로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 측도 이날 “공소사실이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 최서원의 모두 진술’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낭독했다. 이 변호사는 “오랜 세월동안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까지 서게 한 자신의 대과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며 “같은 자리에서 재판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문과 같다”고 읽었다.
앞서 최 씨 측은 재판부에 롯데, SK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제외하고는 박 전 대통령과 따로 재판받고 싶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날“삼성 관련 뇌물죄 공소사실이 똑같고 증인이 상당수 중복된다”며 함께 재판받을 수 밖에 없다고 고지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부터는 정식 재판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은 첫 정식 재판부터는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40년 지기인 최 씨와 피고인석에서 조우할 수 밖에 없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절차를 마치고 오는 15~16일께 첫 공판을 열 계획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반대로 오는 16일 한 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재판의 막이 오르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인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재단 설립을 직접 지시하고 기업 총수들에 모금을 요청한 범행의 ‘몸통’으로 꼽혔다. 기소된 피고인 42명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공범 혹은 뇌물공여자로 엮인 인물만 절반에 이르는 19명이다. 일부 공범들은 이미 결심(結審) 공판을 마치고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서는 사건의 전체 퍼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확보한 각종 증거와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은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한다. 최 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는 현재까지만 168명의 증인이 신청됐다. 18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는 증인 수가 몇 갑절로 늘어날 수도 있다. 구속 최대 기간인 6개월 안에 재판을 마치지 못하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한 채 심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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